두 달 연속 축소돼 은행 예대마진 줄어들고 있어
당국, 연내 대환대출 플랫폼 주담대‧전세대출 확대 계획
"과도한 대출 경쟁 등으로 인해 내년 은행권 실적둔화 예상"
은행이 주수입원인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두 달 연속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가 하면 대환대출 플랫폼 대상이 연내 주담대와 전세대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경쟁적으로 금리인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은행의 실적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은행 등 금융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며 "주담대‧전세대출 대환 인프라 운영을 위한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해 특이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 햇살론15, 안전망 대출Ⅱ,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9월보다 0.04%포인트(p) 떨어진 0.796%p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예대금리차가 컸던 곳은 1.11%p를 기록한 농협은행이었다. 이어 국민은행 0.9%p, 우리은행·하나은행 0.69%p, 신한은행 0.59%p 순이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한 달 주기로 본격화한 후 은행권은 예대마진 장사에 부담을 느껴왔다. 지난 9월에 이어 10월까지 2개월 연속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당국이 연내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로 확대시행할 계획을 세우면서 은행권의 영업 셈법이 복잡해진 상태다.
지난 5월 31일 금융위원회가 개시한 '원스톱 대환 대출'은 총 32개 금융사가 참여한 19개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는 신용대출만 대상인데, 대환대출 취급 범위가 확대될 시 고객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앞다투어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이미 인터넷은행의 저금리 주담대 공세에 고객을 상당 부분 빼앗긴 터라 대환대출 플랫폼 확대 시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비대면 전용 'KB 스타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으로 대환대출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대환대출 전용 주담대 상품 '은행갈아타기 특별금리'와 '하나원큐 아파트론' 상품을 내세우며 고삐를 죄고 있다. 우리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특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대출 규모가 큰 만큼, 비대면 대환대출 확대 시행 이후 자금 이동 규모는 수백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만 524조 620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쟁적인 대출영업 경쟁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에선 실적둔화를 이미 기정사실화 했다. 지난 7일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올해 21조6000억원 보다 9.25%p 줄어든 19조6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관비를 쉽게 줄일 수 있는 인터넷은행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나면 시중은행 대비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시중은행들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금리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도 노력하고 있으며 당국도 관련 정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