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의원,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을 지옥으로 만드는 주요 원인,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 동부산신협 직장 내 괴롭힘 확인
피해자는 무기한 대기발령 처분…신협중앙회는 나 몰라
“조합원들이 주인인 금융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금융 관리·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 특히, ‘폭력적’인 관행에 대해 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무위원으로서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금융기관에 대해 국민을 대변해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하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개인 사찰, 개인정보 무단 사용, 협박과 폭언 등을 일삼는 직장이 2023년 현재에 있다는 것이 경악스럽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을 지옥으로 만드는 주요 원인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정무위)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환노위)은 신협에서 지난 2년간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같이 말했다. 두 의원들은 이번 직장 내 괴롭힘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협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입니다’는 신협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사람이 중심인 곳에서 2년 동안 한 직장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고, 지금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대기발령 상태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곳은 ‘동부산신용협동조합’이다.
19 <녹색경제신문>에 제보가 있었다. 내용은 동부산신용협동조합(동부산신협)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제보였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및 내부 감사 결과, 동부산신협은 부당업무 및 폭언 등의 괴롭힘 사실이 확인됐으나 피해 직원에게 돌아온 건 감봉 및 정직 처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인 상임이사 A씨는 피해 직원 B씨의 개인 계좌를 30여 차례 불법 사찰한 내용도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해당 사건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재 부산금정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다.
조합 상임이사 A씨의 괴롭힘이 시작된 건 지난 2021년부터다. 당해 8월 A씨는 평소 업무에 불만을 느끼고 있던 B씨에게 출퇴근 및 식사, 외근 등을 전화로 직접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직원들과 개인적인 문자나 메일 등의 사적 접촉도 제한했다.
“근태 출퇴근 및 식사, 외근 등 직보해 주시고 (다른 직원들과의) 개인정보 문자, 메일 유무선 전달이 확인될 시 엄중한 제재가 가해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1년 8월 6일 A씨가 B씨에게 보낸 문자)
11월 A씨는 주말 근무를 못한 이유를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폭언을 했다. 녹취록에서 A씨는 B씨를 향해 “(업무보고를 받은 다른 직원과) 너희 사귀냐”, “너는 나한테 X같이 대든다”, “사람이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면 동물 아니냐”는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
폭언이 있기 나흘 전 A씨는 개인 일정이 잡혀있다던 B씨에게 ‘믿을 수 없다’며 퇴근 전 강제 야근을 지시하기도 했다. B씨는 당시 아버지가 두 차례 쓰러지면서 야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괴롭힘을 참다못한 B씨는 지난 4월 중앙회 측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고, 조사 결과 A씨가 ▲출퇴근 직접 전화 보고 ▲비속어 등의 언어폭력 ▲퇴근 직전 강제 야근 지시 ▲자녀 양육비 부당 미지급 ▲본인 자녀에 대한 교육 지시 등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중앙회 측은 “퇴직한 직원들이 신고자의 불성실한 태도, 업무 간섭 등으로 힘들다는 민원들이 많았다”는 A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B씨가 부당한 업무를 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앙회는 녹취록 등에 담긴 ‘비속어 등의 언어폭력’만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A씨와 당시 감사실장인 C씨(차장)와 함께 B씨의 개인 계좌를 동의 없이 총 32번(2022년 1월~8월) 열람했고, 심지어 배우자 계조도 임의 조회 사실이 중앙회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19일 현재 부산금정경찰서가 정식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상임이사 A씨, 차장 C씨는 이번 정기검사에서 조회가 가능한 기간 중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고 조합원별 계좌 내역 조회 등을 통해 총 32건의 개인신용정보를 임의로 조회한 사실이 있음.” (2022년 8월 신협중앙회 부문검사 결과)
중앙회 측의 결정에 불복한 B씨는 노동부에 진정을 요청했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은 언어폭력 밖에도 ▲아침 조회시간 배제 ▲출퇴근 직접 전화 보고 ▲퇴근 직전 강제 야근 등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은 동부산신협 측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개선지도 내용을 보낼 것을 지도했으나, 중앙회는 이사회를 열고 B씨에게 다른 이유를 들어 감봉6월의 징계를 내린다. 중앙회는 감사과정에서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행했다는 이유로 감봉 1월 처분을 추가로 부가한다.
이와 함께 동부산신협 사내 이사회에서는 감봉6월의 기간중 감봉 1월의 징계가 나왔기 때문에, 가중처벌 할 수 있다고 하며 정직6월 처분을 내렸다. 징계의 부당성을 이사회에 이의제기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B씨는 동부산조합을 대상으로 부당징계무효 및 임금 미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따지기 위한 소송이다.
그러자 동부산신협 측은 B씨에게 소송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 근로감독관은 터무니없는 조치를 두고 시정 조치를 구두로 내렸으나 조합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조치를 미이행하고 있다.
B씨는 왜 이렇게까지 싸우냐는 기자의 질문에 "만일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서 벌금형이라도 나온다면, 저는 또다시 징계에 회부되겠지만 저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올바른 리더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동부산신협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며 "신협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라고 하는데, 동부산신협의 직원은 그저 쓰다가 버리면 그만인 물건보다 더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실한 마음으로 "동부산신협이 그리고 직원들이 올바르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서민금융의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청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박주영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살아야 한다는 구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혼잣말하도록 버려지는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최지훈 기자, 김윤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