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K-녹색분류체계 시행
시장효용 긍정적…의견수렴 속도 내야
우리나라 정부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과 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친환경 상품의 표시·광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환경부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친환경 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소비자, 기업 등 시장 전반에 걸친 효용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대응이 늦은 만큼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일 공정위는 친환경 상품 관련 표시·광고에 대한 심사지침, 이른바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전과 비교해 친환경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하고 그 기준을 한층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과정성 원칙이다. 공정위는 기업이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사용, 폐기 전 생애주기에 걸친 환경성을 고려한 표시·광고를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됐으나 생산 과정에서 감축한 부분만 광고할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관련 용어, 표현별 사례를 제시하고 기업이 직접 법 위반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신설했다. 기업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개정안은 오는 28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환경부는 지난해 녹색금융의 기준이 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제정했다. 지난 2020년 EU(유럽연합)가 세계 최초로 발표한 그린 택소노미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녹색경제 활동에 대한 원칙 및 기준을 제공한다.
택소노미의 목적은 녹색채권 발행, 친환경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녹색금융 활성화다. 총 69개 세부항목으로 이뤄진 분류체계는 2020년 이후 불어난 ESG 투자 자금이 흘러갈 물길을 가이드해 주는 역할을 한다.
ESG 투자시장이 커지면서 개별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요구되고 있다. ESG라는 이름이 붙은 펀드 상품이 그린워싱이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ESG 금융 발전을 위해서는 그린워싱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금감원도 ESG 펀드 등의 상품 설명이 충분한지, 실제 운영이 공시내용과 일치하는지 등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며 관련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후 지난 3월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과 함께 ‘ESG 펀드 공시기준 도입 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 ESG 펀드의 공시 대상과 투자전략, 운용 능력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처럼 산업·금융 부문에 걸친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막 TF를 출범한 한국과 달리 EU는 지난 2021년부터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SFDR)을 통해 전 금융상품에 대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 CMA(경쟁시장청)은 같은 해 그린워싱에 대한 강력 단속을 예고하며 소비자법에 근거한 6가지 원칙 ‘그린 클레임코드(Green Claims Code)’를 발표했다. CMA는 지난해 ‘ASOS’, ‘Boohoo’ 등 현지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그린워싱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우리보다 앞섰지만 그린워싱에 대한 명확한 합의점을 찾은 건 아니다. EU는 원자력 발전의 택소노미 편입을 두고 법적 분쟁을 겪고 있고, 미국 내에는 화석연료 기업을 포함한 ESG 펀드의 친환경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기업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지점이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연구원은 “그린워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은 단순히 환경뿐만 아니라 시장의 효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선진국보다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늦은 만큼 안착되기 위해서는 빠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