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15% 증가…선제적 관리
“브릿지론 익스포저 문제 없어”
한국투자증권의 보수적 리스크 관리 기조가 빛을 보는 모습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증가하던 요주의이하자산은 지난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로 자기자본 7조원을 돌파하면서 위험대응 여력도 한층 강화됐다.
다만 위험요인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관건은 약 9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익스포져(위험 노출)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으나 부동산 경기 회복지연에 따른 추가 부담이 잔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회사의 연체 1개월 이상 요주의이하자산은 전년 말 대비 6.7%(122억원) 감소한 169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분기 레고랜드 사태 등에 요주의이하자산은 전분기 대비 27%(385억원) 증가한 바 있다.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가 빛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독립된 리스크관리부서를 운영하면서 현업 부서, 상품, 전략별 위험 요인을 측정하고 이를 이사회 및 경영진에 정기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수익뿐 아니라 위험비용을 반영한 부서 성과평가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정일문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혹시 ‘리스크관리’라는 이 단어가 익숙해서 타성에 젖어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자문해 보시길 바란다”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문화 정착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는 1분기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도 나섰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4.2%(223억원) 증가한 1784억원을 기록했다. 요주의이하자산 1693억원을 5.3%(91억원) 웃도는 규모다.
위험자산은 부동산에 몰려있지 않고 비교적 고르게 분산된 편이다. 1분기 회사의 우발부채 규모는 5조4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1691억원) 늘어났다. 이 중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50%로 대출채권, 인수금융 등으로 다각화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모든 위험요인이 사라진 건 아니다. 문제는 브릿지론이다. 1분기 회사의 브릿지론 익스포저는 약 9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면서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미전환에 따른 위험 부담이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 윤소정 선임 연구원은 “약 70%의 브릿지론이 202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므로 본PF 미전환리스크 등 대손부담 및 건전성 지표 변동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금리여건 및 부동산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브릿지론 관련 추가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를 통해 자본을 확충한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회사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7조6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1조0572억원) 증가했다. 위험대응 여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대표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분기 1876.9%로 같은 기간 6%(121.3%p) 하락했으나 당국 규제치 100%를 18배 웃돈다. 만기 3개월 이하 자산을 부채로 나눈 유동성비율은 116.6%로 규제치 100%를 넘는다.
부동산 경기와 널뛰던 금리는 안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국토부가 제시한 ‘미분양 위험선’ 6만2000가구를 넘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영향에 금리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지난 1분기 동안 118bp(1bp=0.01%p) 하락했다. 91일물 CP(기업어음) 금리는 동기간 121bp 내렸다.
브릿지론이 아닌 보유 본 PF 건은 질적 위험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주거시설을 취급하면서 LTV(담보인정비율) 70% 이하 등 담보가치를 확보한 물건이 다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릿지론 익스포저는 (우려와 달리)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손실을 미리 예측해서 쌓는 게 충당금인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목적이 담겨 있다. 향후 추가적인 전입 여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