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여직원 "시대가 변했다"...일각에선 오너 분쟁 '무관심'
- 'LG 이미지 걱정' '돈 앞에 오너 가족도' 등 여러 반응 나와
- 현직 LG 직원 뿐만 아니라 전직 LG맨들도 우려섞인 반응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어머니와 두 여동생으로부터 '상속회복청구소송'에 휘말리자 대부분 'LG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LG그룹 75년 역사 속에서 오너 가족간 분쟁이 전혀 없었던 터라 LG맨들은 "당황스럽다" "LG 이미지가 우려된다"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16일 LG 안팎의 전현직 LG맨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LG맨들은 물론 재계는 깜짝 놀랐다.
LG 트윈타워를 비롯 주요 빌딩 주변에서는 소송 이야기를 주제로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지 걱정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LG 계열사의 한 직원 A씨는 "처음에 당황스러웠다"며 "그간 가족간 불협화음이 없었는데 소송이 길어지면 LG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 계열사 직원 B씨는 "왜 이 시점에 소송인가 생각이 들었다"며 "상속 합의한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우리가 모르는 가족간 문제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이어 "가족간 대화가 잘 안됐나 싶었다"며 "오너 가족들도 결국 '돈'이구나 생각하나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LG 핵심 계열사의 임원급 간부 C씨는 "어쨌든 오너 가족간 싸움"이라며 "경영권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드러냈다.
"집안 어른들이 중재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 어른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계열사의 부장 D씨는 "모양새가 안좋으니 합의했으면 좋겠다"며 "집안 어른들이 중재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 어른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일부 직원들은 다른 시각과 반응도 보였다.
계열사 직원 F씨는 "시대가 변해간다"며 "예전 LG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르신들) 구심점이 없어져 그런 것 같다"고 피력했다.
LG 직원 중에서는 오너 분쟁에 무관심한 반응도 있었다.
LG 주력 계열사의 부장 G씨는 "(상속 분쟁에) 관심없다"며 "친구들도 안물어 보더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일부 LG 계열사에선 오너 일가에 대한 히스토리를 모르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다고도 한다.
전직 LG맨들도 오너 가족간 분쟁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 LG전자 중간간부 출신 H씨는 "정리가 끝났고 구광모 회장이 잘 이끌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누군가 소송을 부추긴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LG 임원 출신 I씨는 "오너 가족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집안 관리가 철저했다"며 "양자 입적 이후 불만이 쌓여 결국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LG 계열사 출신 J씨는 "뉴스에서 듣고 놀랐다"며 "남자들이라면 소송 가기 전에 합의로 끝냈을 텐데 소외됐다고 느낀 여자들 입장에선 달랐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한편,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지난 2월 28일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이 남긴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법정 상속 비율 대로 다시 나누자는 것. LG측에선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가족간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1947년 고 구인회 창업주가 그룹 모태이자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가족간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도 없었다. LG는 2, 3세 구자경·구본무 회장과 지금의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친아버지이지만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주변 형제들은 스스로 물러나 지금의 LIG, LS, GS, LX그룹이 출범했다.
김용욱 법무법인 JP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보면 법원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상속회복청구소송 재판에서 인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