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임직원 기부금 높아…“보이는 게 전부 아냐”
메리츠증권이 지난 2년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기부금 예산을 90% 가까이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연 누적 기부금은 1천만원. 코로나19 이전 대비 95% 감소한 규모다.
다만 회사 측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참사랑 봉사단’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부금이 6억원에 달하는 등 미집계된 기부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부터 회사 기부금 지출 규모를 축소했다. 당해 말 기부금액은 1200만원이다. 전년도 2.45억원 대비 95%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메리츠를 제외한 10대 증권사 기부금은 16%(45억원) 증가했다. 통화완화 정책에 코스피가 3000선을 첫 돌파하는 등 기부 여력이 커진 탓이다. 당해 메리츠증권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영업이익 8605억원을 거뒀다. 역대 최대치다.
반대로 긴축 한파에 업계가 휘청인 지난해 전반적인 기부금액은 감소했다. 메리츠를 제외한 10대 증권사 기부금은 전년 대비 15억(55%)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나홀로 역대 최대 실적을 또 한 차례 갈아치웠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1649억원), 5.7%(452억원) 상승한 1조354억원, 8281억원이다. 반면 기부금은 전년도와 같은 2분기 1000만원에 그쳤다. 수익 규모와 무관하게 기존 정책을 유지한 셈이다.
그렇다고 이 기간 중 사회공헌 활동을 중단한 건 아니다. 대표 프로그램은 2007년 결성된 메리츠참사랑 봉사단이다. 지난 17년간 ‘미혼모 아기 돌보기’, ‘아름다운 가게 운영’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잇고 있다.
2021년 봉사단이 모금한 기부금은 6.1억원으로 회사 기부금을 약 50배 뛰어넘는다. 대면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임직원 봉사활동 횟수는 209회에 달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봉사단에서 모금한 금액을 따로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 작년 국내 ESG 평가에서 사회부문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한국ESG기준원(KCGS) 평가결과는 사회 ‘A’, 지배구조 ‘B+’, 환경 ‘C’다.
다만 해외 평가에선 부진한 결과를 받았다. 지난해 글로벌 1위 지수산출 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한 ESG 평가점수는 ‘CCC’ 등급이다.
정보 업데이트가 누락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은 2017년부터 GRI(국제 보고 표준),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등 글로벌 표준에 따라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나 격년 단위인 만큼 정보 업데이트 측면에서 공백이 존재한다.
오는 4월 메리츠금융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상장폐지)되면서 보고서 발간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게 ESG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아직 지주사 통합 보고나, 개별 보고주기에 대해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