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엄포에’…국민연금, ‘주인 없는 기업’에 칼 빼 든다
상태바
‘윤 대통령 엄포에’…국민연금, ‘주인 없는 기업’에 칼 빼 든다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2.13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 대통령, “스튜어드십 개선 필요” 강조
소유분산기업 CEO 연임 줄줄이 저지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br>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는 가운데 ‘주인 없는 기업’을 향한 국민연금의 칼끝이 번적인다. 최근 KT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을 저지하는 등 소유분산기업(특정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자리한 기업은 KT(10.6%), DGB금융(9.6%), 하나금융(8.9%), 신한지주(8.8%), 포스코(8.7%), 네이버(8.2%), KT&G(8.0%), KB금융(7.9%) 등이다.

이달 KT 이사회는 새로운 대표선임 절차를 발표했다. 기존 구현모 대표 연임안에서 한 발 물러선 조치다.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투명하지 못한 절차’라고 반대의견을 낸 영향이다. 

이 같은 개입은 지난 연말 금융권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신한금융, NH금융, BNK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네 지주사 회장 연임을 모두 저지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2023년 금융위 업무보고를 열고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방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는 국내 기업 거버넌스 체제를 재정비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주주권 행사 대상은 주로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인 소유분산기업이다. 윤 대통령은 반대로 ‘주인 있는 기업’에 대해선 지나친 간섭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출처=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같은 날 국회에선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에 대한 각계 공감대가 모였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진 연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비판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CEO·회장 등이 연임하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도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낙하산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사회를 꾸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화투자증권 박세연 연구원은 “과연 정부가 나서서 기업지배구조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그저 ‘행동주의’ 활동이 정치적 목적으로 선동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기업구조 개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소유분산기업 CEO에 대한 견제가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의 감시기능을 바랐던 것이 소액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로 널리 퍼져 기업을 건전하게 견제, 감시하는 거버넌스가 확산할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견제,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여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