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반 '도덕적 해이' 드러날 듯
검찰이 과거 논란이 됐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금융권 전반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다수의 금융사들이 수사망에 올라있고 새로운 단서가 포착된 만큼 과거 무죄를 선고받은 금융권 인사들이 이번에는 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마무리된 사건을 왜 다시 수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수사는 전정권의 인사들을 옭아매기 위한 표적수사"라며 비판했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로부터 '옵티머스 사태' 관련 수사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아 부실 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권이다. 당시 확인된 피해자만 3200여명에 이른다.
검찰은 당시 이 일에 정부·여당 인사가 관여했다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단서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수단이 재수사에 나선 이유로는 새로운 단서가 포착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에 자료를 넘기기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기존 수사팀의 수사 내용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및 돈세탁 정황이 담긴 새로운 녹취록을 입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1조6000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2600억원대 디스커버리펀드 사건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편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재개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늘 안건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사모펀드 사태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건의 제재 조치안을 정례회의에 부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와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현 부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 제재 조치안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 경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금융위가 안건소위에서 이들 제재 조치안의 안건 상정 검토에 나선 것은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나온 대법원 판례로 제재의 근거 법규 관련 법리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금융위 안건소위에서 제재 조치안 상정을 결정할 경우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 CEO 제재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제재가 확정되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통해 다수의 금융사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들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대금 돌려막기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남겨진 수탁사 하나은행 직원들이 지난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추가적인 정황이 확보되고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하나은행이 펀드 간 거래 행위나 은행계정대 조정을 통해 다른 운용사 자금이나 펀드 자금을 임의로 사용해 옵티머스펀드의 환매대금을 메꾸면서 손실을 상쇄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옵티머스·라임·디스커버리 펀드 사기 사건의 공통점은 정권의 실세들을 고문 등으로 참여시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초기 투자자들은 이익을 챙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재수사로 전정권의 주요 인물 및 금융권의 CEO들이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고 책임소재를 밝혀 피해자들에게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