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 강세…다만 우량·비우량 엇갈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채권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정책이 1월 계절성 요인과 만나 약효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회사채 수요가 AA등급 이상 우량채에 몰리는 등 시장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CP금리(A1등급 91일물)는 두 달여 만에 4%대로 내려왔다. 전일 대비 4bp(1bp=0.01%p) 내린 4.97%다. 지난해 12월 초 연중 최고치(5.54%)와의 격차는 57bp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정책이 약효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회사채·CP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왔다.
정책적 요인과 함께 연말 북클로징 현상이 사라진 여파도 크다. 통상 채권시장은 자금을 집행하는 연초에 계절성 강세를 띤다.
이러한 배경에 회사채 시장에는 다시 혈색이 돌고 있다. 1월 첫째 주 국내 회사채 시장에선 수요예측 규모(9700억원)를 12배 뛰어넘는 11조8000억원의 자금이 모이는 등 이례적인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AAA 등급인 KT는 첫째 주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의 19.2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AA+ 등급인 LG유플러스 16.3배, 포스코 11.3배 등 다른 기업도 강세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면서 9일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회사채 금리)도 전년 말 대비 15.6bp 내리는 등 130bp선에 재진입했다.
5%대 발행어음을 찍던 증권사들도 하나둘 금리를 낮추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북클로징 현상이 사그라든 지난해 말부터 6개월물 금리를 0.5~0.6%p 내린 3~4% 대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레고렌드 여파가 모두 가라앉은 건 아니다. 회사채 수요도 AA등급 이상 우량채에 몰릴 뿐, A등급 이하는 아직 저조한 편이다. 1월 첫째 주 발행된 회사채 99%가 AA 등급 이상 우량채다.
또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유동화증권 금리가 10%대 고금리에 머문 곳도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증권 김은기 연구원은 “올해 경기둔화에 따른 A등급 기업 실적 저하와 PF 리스크에 따른 건설사 신용도 우려가 예년에 비해 커진 상태”라며 “1월 발행시장에서 AA등급 이상의 우량등급이 99%로 우량·비우량 등급의 발행 불균형 심화되는 등 A등급 공모 회사채 시장을 지원해 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덧붙여 “레고랜드 사태라는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나타난 회사채 발행시장의 초강세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면서도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의 강세는 정부 정책효과의 가시화와 회사채 투자매력 부각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나타난 만큼 적어도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