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연말 인사 앞두고 돌연 사임...“세탁기 품질 이슈 등 의식한 듯”
-류재철 H&A본부장, '신가전 전략' 선방하며 사장 승진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가전사업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올 한해 해당 사업을 이끌었던 수장들의 운명은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이끌었던 이재승 사장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돌연 사임을 결정한 한편,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사장 승진이 확정됐다.
재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이재승 사장과 류재철 부사장 모두 삼성과 LG에서 각각 30년 이상 근무한 내부 베테랑 임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해 실적이 연말 인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고, 올해 매크로 이슈가 지속하면서 삼성과 LG가 가전사업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다만 이재승 사장은 이미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을 발표한 상태라 향후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 신임 사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류재철 부사장은 생활가전에서의 선방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사업부를 지휘하던 이재승 사장은 올 10월 갑작스러운 사의를 표명했다. 2020년 초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프리미엄 가전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해 온 그는, 그해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생활가전사업부장 중 최초의 사장 승진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사장 승진 후 2년을 다 채우기도 전에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이재승 사장이 최근 잇따른 비스포크 세탁기·냉장고의 부품 불량 이슈를 의식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적인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뜩이나 가전사업이 어려움을 직면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가전의 불량 이슈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생활가전사업부장의 공석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겸직 중이다. 올 연말 인사에서 새로운 임원으로 채울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류재철 LG전자 부사장은 시장 위기를 나름 실효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적인 가전 수요 감소 속에서도 신가전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지속 개척함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했다.
이날 LG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류재철 부사장의 공로를 인정하고 사장 승진을 발령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류재철 부사장은 1989년 입사 후 연구개발(R&D), 생산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사업부장과 사업본부장을 맡아온 생활가전 전문가"라며, "작년부터 H&A사업본부장을 맡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생활가전 1위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조직개편도 함께 실시했다. 류재철 부사장이 추후 사장 직함을 달고 이끌게 될 H&A사업본부는 기존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를 각각 ‘리빙솔루션사업부’와 ‘키친솔루션사업부’로 변경해 운영될 예정이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