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등 시민단체 "탈석탄법 입법으로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제한해야"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의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자본시장의 블랙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부채한도 증액이나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한전 구제조치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자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은 미봉책보다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전의 과도한 화석연료 의존이 문제라며 2030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한전, 올해 영업손실 31.7조원 예상...한전채 23조원 발행으로 자본시장 '블랙홀'로 떠올라
한전이 지난 14일 발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3분기에만 7조5309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국내 기업 중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의 4분기 영업손실 예상금액은 약 9조6509억원으로 올해 총 31조68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같은 경영부진에 따라 한전의 부채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46조원으로 늘어난 한전의 부채규모는 올해 18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행한 채권규모도 21일 하나은행이 매입한 6000억원을 포함해 올해 23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전은 22일에도 채권발행이 예정돼 있다.
올 들어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전이 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연말께 채권발행 한도인 7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적자금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솔루션 "2030탈석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전환해야"
이처럼 한전의 적자규모가 확대된 주요인이 과도하게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는 2030 탈석탄 선언과 탈화석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내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전의 지배구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요금과 금융에 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며 "2030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 조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국회에서 발의된 탈석탄법 입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처럼 주장하며 "오히려 이번 위기가 전력체계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작년 대비 올 상반기 한전의 전력구매비용 상승분 중 약 13조원이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구매비용에 해당했고, 이는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의 90% 이상"이라면서 "지난달 발표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연구소(IEEFA)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구조를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전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과도한 화석연료 의존이라는 근본 원인을 무시한 채 한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화석연료 중심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봉책으로 급한 불을 끈다면 사상 최악의 한전 재무위기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채권 발행은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여 국가 차원의 금융에 예측하지 못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전에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궁극적 해결책인 석탄 퇴출 목표를 2030년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국내 전력시장의 마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제가 불가피한바,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석탄발전 조기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려는 방안 또한 함께 고려해 화력발전 자산을 빠르게 정리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재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석탄, LNG와 같은 화석연료는 이미 깨져버린 밑 빠진 독"이라면서 "화석연료 중심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줄줄 새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탈석탄법 입법으로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제한해야"
시민단체들도 탈석탄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환경단체들은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를 결성하고 5만명의 시민 청원을 받아 정족수를 채워 국회 소관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지난 9월30일 회부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달 6일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 탈석탄법 입법을 촉구했다.
이날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국제사회와 과학계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막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석탄발전을 늦어도 2030년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원도 삼척과 강릉에는 포스코, 삼성물산과 같은 민간기업이 추진 중인 4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강릉에코파워가 건설한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지난달 31일부터 1호기가 가동에 들어갔고, 2호기는 내년 3월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릉안인화력발전의 경우 지난 2017년9월 건축허가승인 이후 5년간 5조6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문제는 석탄가격, 운반비, 환율 등이 당초 발전사업 승인이 떨어진 2013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올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성과 환경을 모두 놓친 셈이 됐다.
현재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삼척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제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척화력발전소는 약 5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내년10월 1호기, 2024년4월 2호기가 각각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9일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8대 과제의 하나로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을 주장했다.
21일 기후솔루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탈석탄법 입법안은 상임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