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시장 진입은 빨랐지만 대응은 느려
- 캉구·마스터EV 등 해외 판매중인 모델, 국내선 경쟁력 낮아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중대형 차량 수출 허브 거점으로 삼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6년 동안 한국에 연구개발(R&D) 분야를 중심으로 수억 유로(약 1조원 이상)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메오 회장은 "르노그룹이 C세그먼트(준중형차)에서 D세그먼트(중대형)로 점프하려는 과정에 있으며, 부산공장은 D세그먼트 차량의 핵심 수출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한국 내 대형 완성차 업체들이 D세그먼트로 가고 있어 이런 흐름을 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R&D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고 부산공장 가동도 원활히 이뤄져야 했음에도, 지금까지는 생산량 및 국내 판매량이 저조했던 만큼 1조원 투자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낼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R&D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1조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실제로 어느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될지는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얼마 전에 중국 지리차와 협력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투자가 후속조치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르노에 대한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국산차라는 인식이 있음에도 수리비는 수입차 수준으로 높아서다.
르노 QM3 차량을 최근 중고로 판매한 한 차주는 녹색경제신문에 "QM3 에어컨 펌프가 고장났는데, 수리견적을 냈더니 180만원이 나왔다. 다른 부분도 고장나면 부품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중고로 처분했다"며 하소연했다. 국내에서 르노 차량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국내 판매량이 저조하다 보니 국내 부산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김성태 사)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녹색경제신문에 "부산공장은 가동률이 떨어진다. 판매량이 적으니 밤낮으로 가동하질 않았다. 그렇다 보니 생산량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고용창출도 부족했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회장은 르노의 전기차 판매 대응도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국내에선 조에나 SM3를 선보였는데, 이후 이렇다 할 전기차를 들여오질 않았다. 리프 신형도 있고 캉구같은 RV도 있는데 국내 시장 확장에는 소극적"이라며 "이번 회장 방한 및 1조 투자 발표를 계기로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노측은 아직 1조원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입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르노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로서는 1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할 정도로 국내 시장의 미래가치를 높게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제품의 추가 생산이 필요한데 현재 시스템이 부족하다면 보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구체화된 부분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준비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기차의 국내 시장 판매 계획에 대해선 "소비자의 니즈나 경쟁력에 맞춰서 모델을 펼쳐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내연기관 베이스의 승용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