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RA, FTA 조항에 위배...11월 이후 판도 바뀔 수도
-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협력해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실제 미국 내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달보다 급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IRA의 시행령에 현대차 기아를 2년간 유예하는 쪽으로 법안이 통과하는데 힘을 싣는 모양새다.
5일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법인이 집계한 지난달 미국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는 지난달 현지에서 1306대가 팔리며 전달 1616대보다 13.9% 감소했다. 지난 7월과 비교하면 34.0% 줄어든 수치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지난달 미국에서 1440대가 팔려 전달 1840대보다 21.7% 감소했다. 지난 7월 판매량인 1716대에 비해서는 16.1% 줄어든 규모다.
아이오닉 5와 EV6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종으로 미국에선 2025년 조지아주 서배너에 신설할 전기차 전용공장이 완공된 후에야 현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되고, 미국의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은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 후 곧바로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차를 면제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로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IRA 내용이 FTA에 위배되는 만큼, 11월 중간 선거 이후로는 판세가 바뀔 수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법 개정은 어렵다. (미국 정부가)시행령을 만들고 있는데, (IRA에서) 현대차를 빼달라는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요청은 했지만 의회 동의를 얻을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검토가 잘 된다면 면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차선책으로 IRA 법 적용 유예를 꼽는다.
이 위원은 "미국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까지 2년동안은 한국산 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유예하는 방법도 있다. 면제보다는 약한 제안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민주)가 IRA의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워녹 의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현대차 등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에는 IRA의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하면 현대차는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IRA는 FTA 기조를 흔드는 자국 우선주의 법안”이라며 “법안이 유지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시장 입지가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한국 완성차업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IRA 적용 시점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