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분산·지분 매각 우려 등에 주주들 반발
중국발 공급망 혼란, 반도체 수급, 원가 상승 등 리스크도 여전
머스크 지분 중 절반 이상은 ‘대출 담보’
트위터 인수를 발표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행보에 테슬라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데다 CEO가 과제가 산적한 전기차 분야에 집중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현지 시각 27일 테슬라 주가는 12.2% 하락해 시가총액 기준 1260억 달러(약 160조원)가 증발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지 공개하기를 거부함에 따라 테슬라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또한 지분 매각 가능성 외에도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이후 트위터 경영에 집중력을 빼앗기면서 테슬라 경영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더스트리트(The Street)는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동시에 지나치게 많은 일에 관심을 갖는다고 본다”며 스페이스X, 뉴럴링크, 보링 등 머스크가 벌인 다른 사업들의 ‘산만함’을 지적했다. 매체는 “또 머스크가 트위터로 하려는 일들이 테슬라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위험성도 우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테슬라 주주들의 걱정이 단순히 머스크에 대한 불신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분야의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나 계속되는 반도체 수급 문제, 니켈을 비롯한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이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과 공급을 지휘해야 할 CEO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인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미 머스크의 지분 상당수가 대출에 묶여있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이미 그의 지분 중 절반 이상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이에 더해 이번 트위터 인수에서도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125억 달러의 대출을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금으로 자기 조달분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까지 한다면 테슬라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편 이날 트위터 주가도 2.1% 하락한 48.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머스크와 트위터가 인수 가격으로 합의한 주당 54.2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철회할 경우 물어야 하는 위약금은 10억 달러(약 1조 2648억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지금이라도 트위터 인수전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완료될 가능성이 62%라고 분석했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