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도 ‘절반 이상 대출’ … 나머지 자금 조달도 ‘문제’
투자자 모집·테슬라 지분 매각·가상화폐 처분 등 다양한 시나리오
테슬라 주가 하락, 도지코인 급등 … 머스크 입 바라보며 들썩이는 시장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결국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당초 트위터 측이 ‘포이즌필’ 등의 수단을 동원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웃돈’을 얹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뉴욕타임즈(NYT)는 현지 시각 25일 머스크와 트위터가 440억 달러(약 55조 원)의 인수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54.20달러, 총액 440억 달러로 트위터의 이번 달 주가에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다. 지난 14일 머스크가 처음 인수를 제안했을 당시 제시됐던 금액은 430억 달러로, 최종 거래가는 소폭 상승한 모양새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안이다. 머스크는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인수 자금을 465억달러(약 58조원)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중 절반이 넘는 255억달러(약 32조원)는 부채 조달(debt financing)로, 나머지 210억달러(약 26조원)는 자기자본 조달(equity financing)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부채 조달분 가운데 절반 가량인 130억 달러는 인수할 회사인 트위터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나머지 125억 달러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는 계획으로 전해진다.
반면 자기자본 조달분, 즉 머스크가 직접 지불해야 할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조달 계획은 언급하지 않아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추가적인 투자자 모집, 테슬라 지분 매각, 현금 및 가상화폐 사용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투자자 모집의 경우 머스크가 이미 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 바 있다. 머스크는 최근 테드(TED) 강연에서 "법에서 허용하는 한 많은 주주 수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계획대로 비상장사로 전환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주주는 2000명 이내로 제한되며, 이러한 발언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등 기존 주주들을 배려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 지분을 매각하거나 스페이스X 등 자신이 보유한 회사들의 지분을 파는 방법도 있다. 머스크는 부채 조달분 중 125억 달러의 대출을 위해 담보로 내놓은 지분을 제외하고도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으로 216억 달러(25일 종가 기준)어치 테슬라 지분을 보유하게 돼 자기자본 조달분 210억 달러를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8% 이상 하락한 데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후 추가로 0.7% 가량 떨어진 가격(99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스페이스X를 비롯한 다른 보유 기업들의 경우 유동성이 크지 않아 애초에 매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끝으로 머스크가 보유한 현금이나 가상화폐로 충당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머스크의 개인 재산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에서는 그의 자산이 약 2천570억 달러(약 32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가상화폐로 보유한 재산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가상화폐로 자기자본 조달분 210억 달러를 마련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불과 한 달 전인 3월 중순 트위터를 통해 “가상화폐를 보유 중이며 매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머스크의 발언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이후 반사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지코인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코인마켓캡 기준 도지코인의 가격은 0.1525달러로 어제보다 19.47% 상승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에서 도지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도지코인의 활용도가 더 넓어져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머스크의 ‘빅딜’ 발표와 그 자금 마련 수단을 놓고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기차와 항공우주 산업에 이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인수로 머스크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