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11년 만에 전면에 나선 이재현 CJ 회장, 4대 성장엔진 중심 ‘2023 비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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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11년 만에 전면에 나선 이재현 CJ 회장, 4대 성장엔진 중심 ‘2023 비전’ 공개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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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10조원 투입...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러티 성장엔진 강조
- 독립경영 이후 국내 최고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 “3~4년간 성장 정체”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이재현 CJ 회장.[사진=CJ]
이재현 CJ 회장.[사진=CJ]

 

◆ 터닝 포인트

“세계인의 삶 디자인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 제3의 도약” 다짐

“(CJ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11년 만에 전 직원 앞에 나선 이재현 회장의 현재 CJ그룹 진단이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이재현 회장이 직접 아픈 곳을 언급한 만큼 지금의 CJ그룹은 성장과 후퇴의 터닝 포인트에 서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일 사업비전에 대해 전(全)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했다.

이재현 회장이 밝힌 CJ의 4대 성장엔진은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다. CJ는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래 혁신성장을 이루고, 이를 위해 최고 인재 육성과 일 문화 혁신을 최우선 추진한다.

CJ 이재현 회장은 3일 특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C.P.W.S. 중심의 중기비전을 밝히면서 그룹 혁신성장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 영상은 사업현장의 직원들이 변화와 성장의 방향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강한 실행 의지를 밝히고 이 회장이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회장은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그룹 미래 비전 수립과 실행이 부족했고, 인재확보와 일하는 문화 개선도 미흡했다는 자성과 함께,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다.

CJ그룹 주요 실적과 히스토리.[사진=CJ]
CJ그룹 주요 실적과 히스토리.[사진=CJ]

 

◆ 성공과 위기

독립경영 이후 성공 가도... 플랫폼 기업 확장과 경쟁 격화에 위기감

이재현 회장의 CJ그룹은 1995년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을 완성하며 ‘국내 최고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일 이 회장의 지적과 중기 비전 발표는 CJ가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의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제3의 도약을 이룬다는 복안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앞으로 CJ는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 초격차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이를 주도할 최고 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해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회장의 이 발언은 ‘미래와 인재’를 그룹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엔진.[사진=CJ]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엔진.[사진=CJ]

 

◆ 향후 과제

3년 내 CJ 매출성장 70%...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 것

이재현 회장이 제시한 CJ ‘성장핵심엔진’은 ‘Culture·Platform·Wellness·Sustainability’의 4가지다.

이 회장은 “(CJ 각 계열사들은) Culture(컬처)와 Platform(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하고, 기본 정신과 철학으로 Wellness(웰니스)와 Sustainability(서스테이너빌러티), 즉 모두가 잘 사는 것과 공정·갑질불가·상생은 기본이고 세계적 흐름인 ESG에 기반한 신사업으로 미래 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성장엔진에 집중해, 3년 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이 회장의 목표를 부연 설명했다.

Culture 분야에서는 CJ가 만드는 음식, 음악, 영상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중심으로 만두·치킨·K소스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장르별 특화 멀티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Platform에서는 CJ 계열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고객중심 경영을 가속화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CJ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TVING은 2023년 가입자 800만명 돌파를 목표로 네이버, JTBC 등 파트너사들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아시아, 미주 등 주요 국가에 서비스를 진출시켜 글로벌 K-콘텐츠 열풍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동반자’ 지위를 강화해, TES(Technology, Engineering, System & Solution)로 대표되는 물류기술을 기반으로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와 새로운 라스트마일딜리버리(LMD) 시장 선도에 나선다.

또 CJ ENM 커머스부문은 라이브커머스 역량을 강화해 홈쇼핑을 넘어 버티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CJ올리브영은 글로벌 K-뷰티 전문 플랫폼 지위를 굳힌다.

Wellness는 CJ제일제당의 기존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차세대 치료제 중심 레드바이오를 확장하여 궁극적으로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며,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Sustainability에서는 친환경·신소재·미래식량 등 혁신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탄소자원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 전용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연내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비건’ 트렌드에 대비할 대체·배양육 분야 기술확보를 위한 글로벌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CJ 관계자는 “4대 성장엔진은 ‘건강, 즐거움, 편리’라는 기업가치의 연장선에서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는 사실을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 인수, 신규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11년 만에 전 직원 앞에 나선 CJ 이재현 회장이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했다.[사진=CJ]
지난 3일 11년 만에 전 직원 앞에 나선 CJ 이재현 회장이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했다.[사진=CJ]

 

이 회장의 중기 비전 발표 이후 CJ그룹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CJ제일제당은 네덜란드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s)를 인수하며 매년 25% 이상(매출 기준) 성장 중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GT CDMO)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고, 12일에는 국내 고분자 컴파운딩 1위 기업 HDC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화이트바이오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잰걸음을 걷고 있다.

또 CJ대한통운은 지난 15일 창립 91주년을 맞아 “2023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해 혁신기술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미래비전을 밝히고, 물류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기도 했다.

CJ는 C.P.W.S가 사업의 발전방향을 포괄하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아도 IT, BT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CJ는 이 같은 4대 엔진 중심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까지 총 10조원이 넘는 투자에 나선다. 특히 브랜드, 미래형 혁신기술, AI/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3년간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의 투자 대상이 눈에 보이는 설비 중심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산(intangible asset)으로 옮겨가는 트렌드에 발맞춘 조치다.

이재현 회장과 CJ는 미래와 인재 중심 성장방향을 담은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듭니다, LIVE NEW(Create future lifestyle with you)’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 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새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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