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가 없다…“ESG 투자, 국내 연기금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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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자가 없다…“ESG 투자, 국내 연기금 앞장서야”
  • 노설희 기자
  • 승인 2021.11.08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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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공적연기금 ESG 투자액 비중 낮아
- 글로벌 연기금 ‘네거티브 스크링’ 전략 즉시 시행
- “ESG와 관련된 협회, 포럼 등 연대 참여 필요해”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ESG 투자 관련 금융기관의 핵심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ESG 요구에 따른 금융기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국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금융연구센터와 ‘ESG와 금융기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였다.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ESG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대응과 해결책을 모색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 역할 강화, 금융기관 ESG 투자 활성화 전략 시행

ESG 전문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금융 선진국의 ESG 투자 환경은 짧은 역사지만 연기금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환경(E), 사회적 이슈(S) 관련 시장 실패, 대리인 문제(G)를 완화하고 제거해 장기적 투자수익률 제고 목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ESG 투자 환경이 늦게 출발한 국내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은 기업의 ESG 정보공개 등 ESG 투자 생태계와 인프라를 육성하고 ESG 평가 업체들은 전문성 제고가 시급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조신 교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ESG 투자액은 전체 운용자산의 36%를 차지할 만큼 크게 증가했다. 반면 국내 공적연기금의 ESG 투자액은 102조원으로 그 비중이 낮다. 조 교수는 국내 기업의 ESG 관련 정보 공개 현황도 지적했다. 유럽 대부분 상장기업은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국내는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이라며 보다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ESG 금융상품 규모와 수가 미미하다며 금융기관은 시장 조성자로서 ESG 금융상품 개발 등 ESG 투자 활성화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위해, 기관 투자자로서 금융기관의 적극적 주주 관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재무 성과와 관련해서는 ESG 리스크 식별·통합적 관리 가능한 프로세스를 정립할 것을 강조했다.

기관별 상충하는 ESG 투자 관련 ‘법 제도’ 개선 필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준혁 교수는 연기금과 금융기관의 ESG 투자 관련 적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집합투자업는 수익자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할 의무가 있어 펀드의 위험조정수익률 개선 범위 내에서 ESG 투자가 허용될 수 있다. 수익률 개선과 관련 없이 환경적·사회적 동기에서 이뤄지는 ESG 투자는 사전 신탁계약 등으로 양회 되지 않는 이상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연기금은 장기적인 ESG 투자가 가능하다.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 개선을 위해 특정 자산의 수익률을 희생하는 형태의 ESG 투자도 허용돼 유연한 ESG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최로 열린 'ESG와 금융기관의 역할'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40여명의 전문가와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여했다 [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지난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최로 열린 'ESG와 금융기관의 역할'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40여명의 전문가와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여했다 [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공격적인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펼치는 글로벌 연기금

해외 연기금은 점진적 투자 전략을 적용한 국내 연기금과 달리 공격적인 ‘네거티브 스크리링(ESG 기준미달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도입하고 있다.

네덜란드 ‘ABP’는 운용자산 5280억 유로(약 723조원) 규모의 공적연기금이다. ABP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과 주주권리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ABP의 기금운용 기관인 ‘APG’는 투자지침서에 투자 제외 대상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법령 및 국제 조약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및 핵무기 제조 관련 기업, 국제연합의 무기 금수 조치 대상 국가의 국채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룬 유엔 글로벌 콤팩트를 위반한 기업도 투자 제한 대상이다. 2023년 1분기까지 석유·가스·석탄 기업에 투자한 대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캐나다 최대 규모 연기금 ‘CPPIB(캐나다 연금투자 위원회)’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의 ESG 리스크와 기회 요인 등을 분석해 ESG 투자를 고려한다. 기업 가치 하락이 기대위험 조정 수익률을 넘어선 경우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CPPIB는 기후변화··인권· 임원보수·이사회 운영 등 5 가지 ESG 핵심 이슈를 정해두고 있으며 그 중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두 번째 규모로 큰 연기금 ‘CDPQ(캐나다 퀘젝주 연기금)’도 2022년 말까지 4000억 캐나다 달러(약380조원) 규모의 석유 기업에 대한 투자 자산을 처분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는 투자지침서와 책임투자 정책서에 투자 배제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기후리스크위원회를 설립해 ESG 중 환경(E)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체 운영 중인 윤리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ESG 지수가 낮은 종목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배제 시키고 있다. 무기·담배·군수 물자·카지노 등과 매출액의 30% 이상이 석탄분야에서 발생하는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글로벌 연기금 대부분은 전체 자산에 ESG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국내 주식에만 ESG를 적용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지속가능 경영투자를 심도 있게 고려해 전체 투자 자산을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국내외 ESG 관련 협회·포럼·연구단체 등과의 연대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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