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작년부터 예고된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 품귀 현상’
- “국토부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 등으로 당장 개선 어려워”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세입자에게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2%안팎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정작 이용자는 많지 않다. 정부는 ‘새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치솟는 전셋값을 반영하지 못하며 2018년 대출 기준을 4년째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평균 전셋값에도 못 미치는 실효성 없는 제도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 못맞추는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기준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제공하는 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대상 주택은 임차 보증금이 일반·신혼가구 모두 수도권 3억원 이하, 지방 2억원 이하다.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이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이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만 금리는 소득과 보증 금액에 따라 연 1.8∼2.4%(신혼부부 연 1.2∼2.1%) 수준으로 시중은행보다 매우 낮다.
많은 세입자들이 낮은 금리 혜택을 기대하며 주택도시기금 문을 두드리지만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정책 전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대상 주택 기준이 시세와 크게 동떨어져 이를 적용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수도권과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각각 4억4156만원, 3억2355만원이다. 작년 7월 대비 6801만원, 9654만원 오르며 주택도시기금 대출 기준을 넘어섰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과 청년 전용 전세 대출 상품도 예외는 아니다.
대상 주택은 각각 보증금 기준이 2억원 이하, 1억원 이하다. 지난달 기준 연립주택의 평균 전셋값 시세가 수도권 1억7124만원, 전국 1억4874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라 이 역시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최근 은행권의 대출 일시 중단 사태, 기준 금리 인상 등과 함께 왜곡된 전세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정책은 실효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 한 세입자는 “무늬만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라며 “현실성 제로다. 정작 서민이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 부부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급등한 전셋값과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이 이 정도로 안맞을 줄 몰랐다”며 “기준 금액을 올려야 당초 목적에 맞게 실수요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연도별 실적(액수)은 2016년 10만6016건(4조6980억원)에서 2019년 23만2002건(16조2146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17만8805건(12조8895억원)으로 감소했다.
‘새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치솟는 전셋값, 전세 품귀 심화 현상 일으켜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새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다.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셋값 고공 행진에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세입자는 2년의 전세기간이 끝나면 한번 더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집주인은 임대료를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다. 전세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집주인 눈치를 보던 세입자들에게는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신규 계약자에게는 5% 상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집주인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며 임대료 상승을 불러왔다. 실제로 새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신규 전셋값이 갱신보다 평균 1억4000만원 비쌌다.
올해 가을철(9∼11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8만3000가구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약 8만7000가구)보다도 감소해 전세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는 바라봤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 그러나 당장 반영은 어려워
정책 실패로 인한 전셋값 급등의 충격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옥죄기에 전세 갱신을 앞두고 있는 세입자는 당장 막힌 돈줄 앞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정책 실패와 이에 따른 시장 신뢰 상실, 풍부한 유동성 등 복합적인 변수가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전문가의 분석과 다르게 정부는 언론 보도가 주택 시장에 참여한 개인의 기대가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민원을 많이 들어오고 있어 개정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미 기금 운용 계획을 수립해 재원의 한계가 있어 당장 내용을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