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에 ‘발목 잡힌’ 빗썸·코인원…‘업비트’로 쏠리나
상태바
농협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에 ‘발목 잡힌’ 빗썸·코인원…‘업비트’로 쏠리나
  • 노설희 기자
  • 승인 2021.09.02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농협,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크다는 판단에 ‘입출금 막아’
- 은행 요구에 중소거래소 ‘줄도산’과 투자피해 이어질 수
- 중소거래소 폐쇄 가능성에 투자자들 ‘업비트 쏠림’ 현상
[사진=NH농협은행]
[사진=NH농협은행]

가상 화폐 거래소 등록 시한을 20여 일 앞두고 농협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코인원은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농협이 마지막까지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두 거래소는 사실상 폐업위기에 놓인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24일까지 은행 실명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 요건을 갖춰 금융 당국에 신고해야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에 등록을 마친 곳은 업계 1위 업비트 한 곳 뿐이다. 빗썸·코인원의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이 불발될 경우 중소거래소의 줄 폐업이 예고된다. 투자자들의 업비트 쏠림 현상으로 발생할 우려 또한 심상치 않다.

빗썸, 코인원, 코빗은 최근 트래블 룰 준수를 위한 자체 합작법인 ‘CODE’를 설립했다 [사진=KBS]
빗썸, 코인원, 코빗은 최근 트래블 룰 준수를 위한 자체 합작법인 ‘CODE’를 설립했다. [KBS 화면 캡처]

책임 떠안지 않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농협

국내 2·3대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을 이용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는 800만여명이다. 두 거래소의 제휴 은행인 농협은 현재까지 이들에게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농협은 두 거래소가 ‘트래블 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 전까지 가상화폐 입출금 중단을 권고했다.

트래블 룰이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라는 규정이다.

빗썸⋅코인원⋅코빗은 최근 트래블 룰 준수를 위한 자체 합작법인 ‘CODE(COnnect Digital Exchanges)’를 설립했다. 금융당국·은행과 협의하면서 내년 3월까지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트래블 룰 구축 시기를 내년 3월 25일로 명시했지만 농협은 난색을 표하며 24일까지 마치도록 강요했다. 금융위는 침묵하고 있다.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구매한 가상화폐를 해외 거래소나 외부 개인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다. 거래소에 실명계정을 제공하는 은행 입장에선 이 경로를 막지 않고는 자금세탁방지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은행이 떠안게 된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을 지연시키고 있다기 보다는 원활한 합의를 위해 계속해서 논의 중에 있다”며 “아직 어떤 결론이 났다고 말씀 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두고 농협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8년 1월부터 코빗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신한은행은 오는 24일 계약 종료를 앞두고, 현재 코빗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등 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서면심사와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결과를 바탕으로 협력 유지를 판단할 계획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신고 기한에 속만 태우는 중소거래소

가상화폐 관계자들은 농협이 당국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가상화폐 입출금을 막으면 가상화폐 가격이 왜곡되는 ‘가두리 펌핑’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두리 펌핑이란 특정 거래소의 입출금이 막혀 있을 때 코인의 가격이 평균 시세보다 수백 배 이상 차이 나는 ‘시세 조정 행위’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에 따른 신고 기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중소거래소는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며 “정부가 특금법 시행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소거래소의 줄도산은 물론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업비트TV광고 캡쳐]
[사진=업비트TV광고 캡처]

업비트 쏠림 현상, 과도한 수수료 등 피해 발생 우려

농협이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빗썸·코인원이 살아남지 못할 경우 100여 곳이 넘는 중소거래소 줄도산도 불가피해진다. 업비트 독점 문제가 불거진다는 판단이다. 업비트는 가상화폐 거래소 중 유일하게 케이뱅크에서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에 성공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게코의 거래량 데이터를 비트코인으로 환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업비트가 국내 전체 코인 거래량의 83.28%를 차지했다. 이어 ▲빗썸 11.62% ▲코인원 3.10% ▲지닥·후오비코리아 0.68% ▲고팍스 0.55% ▲코빗 0.21% 순이다.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 연말까지 월평균 각 46.34%, 43.01%로 양강 구도를 지켜왔다. 최근 상당수 거래소가 폐쇄될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의 업비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방적인 규제를 통해 중소거래소의 진입을 막아 업비트 독점 체계가 굳어지면 수수료·서비스 경쟁은 사라진다”며 “투자자에게는 과도한 수수료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국내 가상화폐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비트의 경우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 있다. 향후 독과점 질주가 확실할 경우 이같은 문제는 빈번해질 수 밖에 없다.

윤의원은 “현재 업비트 독점 구조는 시장 질서와 소비자 선택이 아니라 행정 허가절차가 사실상 은행에 떠넘겨진 불공정 입법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모든 거래소가 공정하게 심사 받고 탈락하거나, 정당한 프로세스를 거쳐 합격할 수 있도록 심사 특금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 공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