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 성능 핵심 요소는 모바일 AP...애플, 자체개발한 M1 칩으로 흥행 성공해
- 삼성도 차기작 엑시노스 2200 노트북용 선보일 전망…퀄컴 CEO도 최근 노트북 전용 칩 개발 계획 밝혀
재택 근무, 고사양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노트북 시장이 올해 초부터 호황을 맞고 있다. 이에 노트북의 성능을 좌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개발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전 세계 IT업계의 선두주자인 애플이 지난해 개발한 'M1'으로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퀄컴 등도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핵심 칩인 프로세서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기존 스마트폰용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하고 있던 기업들도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 시장에 적극 발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애플, 삼성전자, 퀄컴 등 모바일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해 온 업체들은 고성능 노트북에 탑재될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노트북 시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 근무, 비대면 수업, 고사양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682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가량 증가 것으로 집계됐다.
SA는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생활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용과 기업용 노트북 PC 모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수요가 증가했다"며 "반도체 공급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억눌렸던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트북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IT 업계 역시 노트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인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CPU와 GPU, 램 등을 하나의 칩에 탑재한 통합칩셋(SoC)으로 부품 크기와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휴대용 IT기기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스마트폰용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퀄컴은 최근 노트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신임 CEO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초 인수한 14억 달러 규모의 신생 반도체 기업 누비아(Nuvia)를 통해 노트북용 모바일 AP를 판매할 것"이라며 "스마트폰에 적용한 모바일 AP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애플의 제품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인텔의 칩셋을 채택해 온 애플은 지난해 11월 영국 ARM 사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 'M1'을 공개한 바 있다. M1은 8코어의 CPU·GPU와 16코어의 AI 기반 뉴럴엔진으로 CPU는 전작 대비 50%, GPU는 40% 가량 처리속도를 개선시켰다.
M1은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맥북 프로 13형, 맥북 에어, 맥 미니는 물론 올해 4월 공식 발표된 아이패드 5세대 제품에도 탑재될 계획이다. 현재 M1이 장착된 맥북 프로 제품은 다수의 외신과 리뷰어로부터 최고의 성능과 배터리 수명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 시리즈인 '엑시노스'의 차세대 제품 '엑시노스 2200(가칭)'을 오는 3분기 출시하는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에 탑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200에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GPU다. 전작 엑시노스 2100이 영국 반도체 업체 ARM의 '말리'를 적용한 것과 달리 이번 제품에는 AMD의 GPU를 채택했다. 말리는 경쟁사인 퀄컴의 GPU '아드레노'보다 성능 및 최적화 부문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엑시노스 2200에 탑재되는 AMD의 GPU 'RDNA 2'는 TSMC의 첨단 7nm(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제조된다. 전작 대비 성능을 최대 54% 끌어올렸으며 임시 저장된 데이터 처리의 효율성을 높여 데이터 병목 현상을 방지하는 '인피니티 캐시', 게임의 그래픽과 광원 효과를 사실감 있게 높여주는 '레이 트레이싱 가속화' 기술 등이 도입됐다.
또한 엑시노스 2200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두 가지 모델로 나뉘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업계의 예상이 현실화되면 노트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인텔과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을 필두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의 성능이 대폭 개선되면서 이들 기기에 탑재되는 모바일 AP도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상향평준화 됐다"며 "모바일 AP가 범용으로 쓰이는 사례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