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투 플레이' 시도한 '엘리온', 글로벌 시장서 흥행 거둘까
한국 게임기업들에게 콘솔 게임 시장은 그동안 공략하기 어려운 곳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콘솔 게임에 대한 수요는 PC게임,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을 뿐만 아니라 수익 모델 부문에서도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자회사인 블루홀은 대표 MMORPG인 '테라'를 3년 전부터 콘솔 버전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이 전략은 콘솔 게임 시장이 부흥기를 맞고 있는 현재 제대로 먹혀들어 '테라'의 인기 역주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두인 블루홀 대표의 MMORPG에 대한 뚝심이 콘솔 게임 시장에서도 발휘되며 '테라'가 장수 게임으로 거듭날 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 그날
2018년 3월, '테라' 콘솔 버젼 출시
블루홀은 자회사 앤매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 2018년 3월 '테라' 콘솔 버전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 출시했다.
당시 다양한 한국 MMORPG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돼 있었지만 그 가운데 콘솔 버전으로 정식 런칭한 것은 '테라'가 처음이었다.
때문에 블루홀의 '테라' 콘솔 버전 출시를 놓고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많았다.
당시 국내 게임업계에는 콘솔 개발에 노하우가 있는 개발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 과정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본 업계 관계자가 대다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블루홀의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테라'의 콘솔 버젼이 출시 약 3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것이다.
게임업계에서는 '테라' 콘솔 버젼의 흥행 요인으로는 '전투의 재미'가 가장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게임 콘솔용 콘트롤러의 조작감을 살려 프리타겟팅 시스템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한 점이 유저들에게 어필했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2015년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MMORPG 1위를 기록하기도 한 '테라' IP 자체의 경쟁력 또한 한 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 '테라'는 한국, 북미, 유럽, 일본, 대만, 러시아, 태국 7개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었고 전세계 2500만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탄탄한 팬덤이 '테라' 콘솔 버젼의 흥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블루홀 관계자는 "'테라'의 지식재산권(IP)이 PC와 모바일을 넘어 콘솔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라며 "콘솔시장에서 국산 MMORPG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에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 서비스로 콘솔 유저들과의 만남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그후
조두인 블루홀 신임 대표, '테라' 콘솔 콘텐츠 강화 박차
크래프톤은 MMORPG의 제작을 맡고 있는 내부 개발 스튜디오 '블루홀'을 신규 법인으로 독립시키며 새로운 리더로 조두인을 선임했다.
크래프톤의 게임 라인업이 다양화되면서 MMORPG를 전담할 조직으로 '블루홀'을 선택하고 이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춘 조 대표에게 '테라' 성장의 모든 키가 쥐어진 것이다.
조 신임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판타그램과 네오위즈, 크래프톤 등의 게임회사를 거치면서 게임 개발경력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크래프톤에서는 품질보증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조 본부장은 고객을 우선하는 자세로 구 블루홀부터 지금의 크래프톤까지 함께 성장하며 성과를 이뤄냈다"며 "무엇보다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는 리더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테라' 콘솔 버젼의 빠른 진화를 이뤄냈다.
'테라' 콘솔 버젼의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를 지원하며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의 이용자들이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차세대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X'의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블루홀 관계자는 "'테라'가 차세대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에서도 호환이 되면서 로딩속도가 빨라지고 게임 플레이가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조 대표가 '테라'를 장수 게임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엑스박스가 대세 콘솔기기이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로스플레이 지원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을 아우르며 장기적 흥행을 위한 이용자 수 확보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조 대표는 '테라' 콘솔 버젼에 배틀패스 서비스도 도입했다.
배틀패스 서비스란 일정 미션을 클리어할 경우 다양한 보상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테라'의 배틀패스 서비스 도입을 놓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지나치게 의존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한국 게임과 다른 행보를 행보를 걸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한국 MMORPG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조 대표는 '테라' 콘솔 버전 출시 3주년을 맞아 신규 클래스인 '엘린' 종족의 '월광무사'를 추가하기도 했다.
PC버젼 '테라'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클래스 추가를 놓고 블루홀이 '테라' IP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테라'가 신규 클래스, 신규 던전 등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 수 있을 지를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그리고, 앞으로
조두인, '엘리온' 흥행 성공해내며 크래프톤 미래 먹거리 창출할까
크래프톤은 그동안 '원게임 리스크'를 자주 지적받아온 게임사다. 매출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IP 게임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을 1조6704억원, 영업이익은 773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배틀그라운드의 매출 비중은 80% 이상으로 분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역할이 막중해졌다고 바라본다.특히 신작인 '엘리온'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조 대표의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온'의 특징은 바이 투 플레이(Buy to play)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바이 투 플레이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PC MMORPG 장르 대부분이 월정액제를 폐지하고 부분유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온은 출시 초기인 현재 무난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4주차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22위를 기록했는데, 최근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등의 대형 MMORPG가 숱한 논란으로 인해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엘리온'이 추가적으로 점유율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엘리온'은 서비스 첫 한달 이후 약 1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블루홀은 '엘리온'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엘리온'은 대규모 진영전이라는 특징을 차별점으로 내세운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무난하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서 '엘리온'을 흥행시키게 된다면 크래프톤의 IPO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크래프톤의 장외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달하는데, 업계에서는 상장 후 기업 가치를 약 3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 대표가 '테라' 콘솔 버전에 이어 신작 '엘리온'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며 크래프톤의 '원게임 리스크'를 극복해낼 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