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주춤했던 지배구조 분야도 주주친화적 행보로 빠르게 개선…KT파워텔 매각서 불거진 논란 등은 과제로 남아
- 올해 초 ESG 경영 전담팀 신설…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위한 사회공헌활동 지속
KT는 ESG 평가에서 이른바 '모범생'이라고 불려온 기업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매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ESG평가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줄곧 A+ 혹은 A 등급을 유지해왔다.
2019년에는 역대 평가 중 처음으로 B+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곧바로 A+를 회복했다. 가장 높은 평가 등급인 S를 받은 기업은 2019년과 2020년을 통틀어 한 기업도 없으므로 사실상 국내 기업 중에선 최상위에 위치한 셈이다. 지난해 조사 대상에 오른 760개사 중에서 A+를 받은 기업은 16개사(2.1%)에 불과하다.
올해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기존 홍보실의 지속가능경영단과 경영지원 소속의 기업문화팀을 합쳐 'ESG 경영 추진실'을 신설했다. 사회공헌활동을 중심으로 펼쳐온 ESG 활동을 환경 및 지배구조 분야에서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KT의 ESG 경영 행보가 마냥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말에 불거진 정치인 자녀 부정 채용 사건이 아직 재판 중에 있으며, 최근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단행한 KT파워텔 매각에서도 잡음을 일으켰다. ESG 평가 내 최상위 기업으로서 KT가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ICT 필두로 한 혁신 기술로 '탄소 제로' 기업 향해 도전
KT는 지난 2008년 인권, 노동규칙, 환경 등과 관련한 'UN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에 서명하고 환경경영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7년에는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아 'KT 환경경영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KT의 환경경영 정책의 핵심은 '탄소 임팩트 2030'이다. 오는 2030년까지 혁신적인 친환경 ICT 서비스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주요 의제로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효율성, 자원 효율성, 친환경 SCM, 환경 ICT 서비스 총 5가지를 제시했다.
KT는 위 5가지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근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녹색기술센터, 유엔국제이주기구와 ‘디지털 기술 기반 기후 기술 협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해당 협약의 목적은 ICT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민·관·국제기구 간의 협력 모델을 이어가는 데 있다. KT는 해당 협약의 첫 사업으로 녹색기술센터가 개발하는 수재해 예방 플랫폼에 기술과 네트워크를 지원하기로 했다.
10월에는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을 위해 포스코, 마이즈텍과 손을 잡았다. 당시 3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스마트 가로시설’을 제안하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동마케팅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스마트 가로시설은 빗물을 저장해 가로수에 수분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급수블록과 뿌리의 융기를 방지하는 보호대를 설치하는 사업을 말한다.폭염으로 가로수가 고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가로수의 생명주기를 늘려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포스코가 부식에 강한 특수 철장개를 공급하고 마이즈텍이 급수블록과 보호대 제작 및 공급을 맡은 가운데, KT는 빗물관 모니터링 센서, 누설전류 감지센서 등 IoT 센서를 활용한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KT의 친환경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다. KT는 11월 서울 용산에 연면적 4만8000㎡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해당 데이터센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력 소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냉방비를 대폭 개선했다는 것이다. 냉수식 항온기, 냉수식 프리쿨링 등 고효율 설비로 전력비를 기존 대비 20% 이상 절감해 연간 2만 6,000톤의 탄소배출을 줄였다. 이는 연간 385만 그루의 나무를 아끼는 것과 같다.
독립적인 이사회·주주친화적 행보로 지배구조 개선…그러나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아
KT가 2019년 KCGS 통합 평가에서 유일하게 A 이상의 성적을 받지 못했던 가장 주요한 이유는 지배구조 항목이 A 등급대에서 처음으로 B+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KT는 평가기간에 속하는 2018년 12월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졌다. KT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포함한 12명을 2012년 부정 채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며, KT는 이사회와 감사기구가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KT는 바로 다음해인 2020년 지배구조 항목을 A+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이 탄탄하게 구축되어있는 것은 물론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KT가 구축한 지배구조 모델의 큰 틀은 '독립적 이사회'다. 효율적인 견제와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 11명의 이사회를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3명으로 구성했다.
또한 KT는 CEO와 의장을 분리해 기업 경영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지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CEO는 이사회 추천 대상을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250개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운 평균 51.3%다. KT의 사외이사 비율은 이를 훨씬 웃도는 73%로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수치다. KT는 여기에 사외이사 선임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에게 특별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장치도 마련했다.
주주친화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KT는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실시했다. KT는 2006년부터 주주가 주소지로 발송된 서면으로 안건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서면투표제를 진행해왔는데, 전자투표제를 통해 주주들이 더 편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새롭게 선임된 구현모 KT 대표도 주주친화적인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구 대표는 KT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에만 2억3000여만원을 들여 총 9234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달에는 보통주 1주당 현금 결산배당액을 전년 1100원에서 135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시가배당률은 5.3%, 배당금총액은 3265억원이다. 다른 통신사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도 배당수익률을 독보적으로 높이는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다.
KT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친화정책 노력이 인정을 받아 사회 분야와 지배구조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KT가 올해에도 지배구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채용 비리 사건과 관계된 재판이 여전히 결판이 나지 않아 향후 KT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 대표는 지난달 KT파워텔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과 충분한 소통, 협의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파워텔 노조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매각 건에 대해 내부 직원들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으며, 매각 사실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
노조 측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KT파워텔 매각 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책임감 있는 공익성 심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구조개편의 시작점부터 난항에 봉착한 구 대표가 어떠한 방안을 제시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코로나19로 여러운 소상공인 위해 '사랑의 시리즈' 꾸준히 진행해
KT는 'ICT를 기반으로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자'는 경영철학을 사회공헌 영역에도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KT는 자사가 보유한 GiGA 인프라와 ICT 기술 등 핵심 역량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고자 한다.
KT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회공헌 활동 영역은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 총 3가지다. 더 나은 사람에는 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한 IT 교육, 청소년의 꿈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사업, 임직원 자원봉사 조직인 '사랑의 봉사단'을 통한 다양한 봉사활동 등이 포함된다.
더 나은 사회는 지역격차에서 오는 불균형을 해결하고 누구나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도서 및 산간 오지 지역의 인프라 구축, 쪽방촌 지역주민을 위한 ICT 복합 문화공간 운영 등이 주 사업이다.
더 나은 삶은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활동으로 KT는 KT 체임버홀, KT 스퀘어 등 복합 문화공간을 통해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공연 티켓 수익금은 'KT 소리찾기' 사업에 활용된다. KT 소리찾기는 저소득층 청각 장애 아동들의 치료 및 재활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KT의 주요 사회공헌활동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상생활동인 '사랑의 시리즈'를 꼽았다. KT는 서울 광화문과 우면동 일대 식당에서 만든 도시락을 KT 사옥 구내식당에서 판매하고, 대학로 소극장의 공연티켓을 선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9월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매출 감소로 임차료, 인건비 등의 부담을 겪고 있는 식당 50여곳을 선정해 식당별로 100만원 씩 총 5000만원을 선결제하기도 했다. 유동인구가 뜸해진 지역 상권을 돕기 위한 취지로, KT는 직원들에게 모바일 식권 형태로 4매 씩을 지급했다.
전담팀 신설로 ESG 경영에 더욱 박차 가할 예정
KT는 올해 초 기존 홍보실의 지속가능경영단과 경영지원 소속의 기업문화팀을 합쳐 ESG경영을 전담하는 'ESG경영추진실'을 신설했다. ESG경영추진실장은 지속가능경영단장을 역임한 이선주 상무가 맡는다.
이선주 상무는 그간 지속가능경영단장으로서 복지부와 치매 극복 및 인식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의성군 안계면 이웃사촌 시범마을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한 ICT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ESG경영추진실은 현재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랑의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달 사랑의 밀키트(간편조리식) 행사를 진행했다. 인근 식당에서 만든 밀키트 3000개를 KT 직원들이 소비하는 한편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취약 계층에게 1500개의 밀키트를 기부했다.
오는 26일에는 KT가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마음을 담은 클래식'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된 상황에서 클래식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계획됐으며, 수익금 역시 KT 소리찾기 사업에 쓰인다.
KT 관계자는 ESG경영추진실의 향후 운영에 대해 "ESG 전체에 대해 폭넓은 시각으로 현재 여러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성과를 드러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