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오전 LG전자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성과급 확정'이란 글도 올라와
재계에는 성과급 논란 일파만파
LG전자가 오는 2월 26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된 성과급 논란에 LG전자 경영진이 벌써부터 가시방석이라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2월 26일 성과급을 일괄 지급할 예정이며, 아직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간의 관행상 2월 25일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공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IT, 전자업계에서 아직 성과급 규모를 발표하지 않은 LG전자에 쏠려있다.
LG전자는 연봉 대신 기본급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LG전자는 지난해의 경우 2월에 사업 조직별 경영 성과에 따라 기본급의 최대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의 가정용 에어컨 조직이 기본급의 최대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았다. 기본급의 500%는 연봉의 25% 수준이다.
이어 청소기 담당 조직이 기본급의 450%(연봉의 22.5%)를 받았고, PC·냉장고·한국영업이 350%(연봉의 17%)를 받았다. 세탁기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기본급의 최대 300%(연봉의 15%)를 받으며, TV·모니터 조직은 100%(연봉의 5%)를 받았다. 적자를 기록한 휴대전화, 자동차 부품 조직은 성과급이 없었고, 격려금 100만 원이 전달됐다. 매각설이 나도는 MC사업부는 수년째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올해 LG전자가 성과급을 얼마를 줄 것이라는 예상글까지 나오고 있다. 금일 오전 LG전자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성과급 확정'이란 글이 올라왔다.
HA사업부가 기본급의 800%(연봉의 40%), HE 사업부는 350%(연봉의 17.5%), 한국영업본부는 350%, 생기는 300%(연봉의 15%), 본사는 250%(연봉의 12.5%), BS는 200%(연봉의 10%)의 성과급이 확정됐다는 내용이다. 적자를 내고 있는 전장사업부(VS)와 휴대폰 사업부(MC)는 각각 150만원, 100만원의 격려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글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개인이 올려놓은 글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성과급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블라인드 게시판 글은 개인이 올려놓은 추측성 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성과급 논란'이 한창인 상태여서 아직 상여급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LG전자 경영진의 고심이 크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사상최대 성과를 생활가전 부서 등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LG전자 직원들의 집단 동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LG전자는 기본급이 경쟁사들보다 낮기로 유명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 1950억원으로 전년보다 31.1%나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 오른 63조 2620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2조 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46.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처음으로 5%(5.1%)대를 기록했다.
LG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생활가전이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위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신가전의 판매 증가로 생활가전 사업을 이끄는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벌써부터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 등에는 성과급 관련한 글들이 올라오며 "SK하이닉스 직원들도 나서는데 우리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성과급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LG전자 경영진은 가시방석일 것"이라며 "지난해 호조의 실적을 낸 만큼 경쟁사들과 비교해 납득할만한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크게 동요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재계에는 성과급 논란 일파만파
현재 재계에는 '성과급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연봉의 20%’ 수준인데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성과급(연봉의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18조8100억원)보다 약 14조원 적다.
하지만 절반 수준인 직원 수와 3분의 1에 그친 시설투자 규모와 전년비 영업이익이 80% 이상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성과급 차이가 27%나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또 지난해보다 실적이 대폭 개선됐는데 작년과 동일한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은 3일 사내 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려 “성과급 수준이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올해는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좋은 성과를 내서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성과급 논란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 사장까지 ‘직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자 SK하이닉스 직원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사내 게시판 등엔 “이번에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인증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3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성과급 수정안을 마련해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내부 불만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47%인 반면,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50%를 받는다. 반도체 부문에선 “영업이익의 절반 넘게 반도체가 벌었는데, 성과급은 적다”는 불만이 나왔다.
IT, 전자에서 터져나온 '성과급 논란'은 재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전문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노조에 이달 중 평균 기본급의 245%(현장직 기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안을 전달했다. 그런데 분사 전에 한 회사였던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기본급의 400%, 생명과학부문은 300%를 성과급으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사이에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