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작년 여름 군부대에 공급된 3800여 대 에어컨에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지만 1년여 넘게 조달청이 '수수방관' 방치해 해당 부대 장병들이 찜통더위에 애꿎은 피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부천원미갑)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지난달 21일자 ‘육군부대 수요 냉방기 관련 하자신고 검토’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육군에 납품된 에어컨 3800대에서 꺼짐 현상 등 하자가 발생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는데, 하자판정 책임이 있는 조달청은 1년 3개월여 동안 관계자 회의만 수차례 열었을 뿐 하자 원인 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11일 폭로했다.
조달청은 ‘조달물자의 하자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합동조사단 구성, 전문기관에 시험의뢰 등 기초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군은 자체적으로 한국제품안전협의회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일부 모델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고, 정격입력(2,245.1W) 허용차 ±66.3%, 정격전류(10.61A) ±61.98%로 각각 기준치 ±15%를 크게 넘어서는 부적합 제품이라는 판정결과를 지난 2월 받았다.
군은 이를 토대로 우선 육군훈련소에 설치된 495대를 전부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조달청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교체가 아닌 개선조치후 해당 업체에 대한 평가지표에서 12점을 감점하는 것으로 하자조치 요구를 종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달청은 이 같은 종결방침에 대해 군이 불복할 경우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고 안내하고 조달청은 발을 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경협 의원은 “올해 6월 공급업체의 프로그램 수정으로 꺼짐 현상은 해소한 상태지만 지난해 여름 해당 부대 장병들은 피해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수의 피해가 예상되는 하자 사안에 대해서는 하자판정 시한을 정하는 등 조달청 하자처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달청에 접수된 나라장터 등록제품 하자신고 건수는 최근 6년간 206건이고 아직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사안은 14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 275억원을 배정해 생활관에 4만362대의 에어컨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군간부 숙소에도 78억원을 투입해 에어컨 1만7661대를 설치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