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점포 통폐합 재시동... "대안 마련 서둘러야"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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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점포 통폐합 재시동... "대안 마련 서둘러야" 지적 나와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4.11.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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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우리銀 등 주요 은행, 금융당국 '자제령'에도 점포 통폐합 다시 시도
4대 은행 점포 수 7년간 연평균 122개 줄어...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악화 우려 커져
은행 대리업, 점포 수 감소 관련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혀... 당국도 도입 검토 중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3일부터 말일까지 전국 38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통폐합이 마무리되면 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현재 1100개에서 올 연말 기준 1062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3일부터 말일까지 전국 38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통폐합이 마무리되면 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현재 1100개에서 올 연말 기준 1062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NH농협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한동안 주춤했던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에 재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은행 대리업 도입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3일부터 말일까지 전국 38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8개, 경기 6개, 충청·경상 4개, 부산 3개, 대구·대전·광주 2개, 전남·강원 1개 등이다. 이번 통폐합이 마무리되면 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현재 1100개에서 올 연말 기준 1062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농협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점포(36개)를 폐쇄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내년 1월 서울, 경기, 대전에 있는 영업점 4곳과 출장소 1곳 등 5곳도 인근 영업점에 통합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올 들어 이달까지 총 17개 점포를 통폐합했으며 다음달 9일에는 8개 영업점을 인근 지점에 통합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점포 통폐합은 지난해 4월 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 도입 이후 잠잠해지는 분위기였다. 해당 방안의 도입으로 점포 폐쇄 절차가 이전 대비 까다로워진 탓이다. 점포 폐쇄 전 이용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득이하게 점포를 폐쇄하더라도 적절한 대체 수단을 마련하라는 것이 해당 방안의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문을 닫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점포 수는 22개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기관계약 종료에 따라 이전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방안 도입 이후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은 다시금 추진되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만큼, 은행권으로서는 당국의 ‘제지’를 감안하더라도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여 관리비 부담을 낮출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요 은행의 경우 비대면을 통한 상품가입 비중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은행 입장에서는 대면거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점포 운영비를 최대한 낮추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 점포 통폐합은) 어떻게 보면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은행 영업점 수가 매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말 3671개에 달했던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 수는 올 상반기 말 2817개로 쪼그라들었다. 7년간 연평균 122개 점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고령층과 같은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아닌 곳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은행 대리업'을 도입하는 것이 은행 점포 통폐합에 따른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악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우체국을 활용한 은행 대리업이 주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체국이 전국 2500여 개 점포망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점포의 절반 가량이 고령층 등의 거주 비중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국 역시 이 점을 고려해 우체국 등의 은행 대리업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통해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졌던 터라 이번에는 도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 대리업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이 필수다. 현행 은행법이 은행 대리업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대리점'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업무 범위, 자격, 진입 규제 등 세부적인 규정은 명시하지 않는다. 즉,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리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현행 은행법에는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점포가 사라지고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다는 우려와 함께 은행 대리업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 및 도입 요청이 있었다"며 "은행법을 고칠 것인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것인지 (은행 대리업과) 관련해 검토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수록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며 "당국과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개 점포에서 두 은행이 영업하는 공동점포나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업무를 돕는 AI 점포 등 대안으로 거론되는 다른 방법들은 도입 속도와 기술적인 완성도 등을 따져봤을 때 현 시점에서 적합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은행 대리업 도입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4일 김병칠 부원장 주재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 점포 통폐합에 따른 소비자 접근성 하락 문제 등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은행 점포 축소와 관련해 향후 은행연합회 및 주요 은행들과 함께 TF를 구성하고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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