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승진...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보좌'
...1970년대 형제 회장,덕산 가문 '이수훈 이수완' 이어 두번째 사례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임팩트(impact)'는 골프 등에서 공을 친 순간 또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의한 선한 영향력을 뜻하는 비즈니스 용어로 사용된다. 가령 '소셜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임팩트 투자'라고 한다. 녹색경제신문은 <재계 임팩트> 코너에서 차별화되고 임팩트있는 경제계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재계 총수, CEO 등 사람들의 새롭고 소프트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임팩트를 주고 회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하루 차이로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정교선 회장의 공통점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지난 10월 30일 (주)신세계 회장으로,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31일에 현대홈쇼핑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하루 차이를 두고 각각 회장으로 승진한 셈이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5년 '총괄사장'에 오른 뒤 9년 만에 회장이 됐다. 부회장직을 건너뛰고 바로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유경 회장의 경우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이 1943년생으로 올해 81세이다. 정유경 회장은 1972년생으로 50대 나이로 접어들었다.
또 정유경 회장은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 이은 이명희 총괄회장의 2번째 자녀다.
정교선 회장의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은 1942년생으로 올해 82세이다. 정교선 회장은 1974년생으로 50대 나이가 됐다. 또 정교선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인 정지선 회장의 두 살 터울 동생이다. 정몽근 명예회장의 2번째 자녀다.
더욱이 정유경 회장과 정교선 회장은 성씨(姓氏)까지 같다.
정지선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1972년생 쥐띠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다만, 두 사람은 다른 점도 있다.
정유경 회장은 회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분리라는 카드도 동시에 꺼냈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6년 서로가 보유한 신세계, 이마트 지분을 전부 교환했다.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 서로 얽힌 지분도 거의 없다. 양쪽 온라인 사업을 모두 하고 있는 SSG닷컴정도만 정리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곧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선언이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조선호텔 등을 거느린 '이마트그룹'을 맡고,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센트럴시티 등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을 가져가는 그림이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회장, 두 형제가 당분간 '쌍두마차'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향후 3~5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좀더 지켜봐야 이번 회장 승진의 의미가 좀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계열분리를 의식한 듯, 정기 임원인사 발표 당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단일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함께 이끌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점은 오빠 그리고 형의 승진 시기이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지난 3월 승진했다. 정유경 회장은 같은 해 11월 승진했다. 승진 시기 차이가 반년 차이 밖에 안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2007년 승진했다. 벌써 17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교선 회장이 이제 막 회장직에 오른 것과 큰 차이다. 정교선 회장은 현대홈쇼핑 회장인 동시에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지선 그룹 회장을 보좌하는 모양새다.
정교선 회장 주식재산은 2000억 원 수준…정지선 그룹 회장은 3476억 원으로 평가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기준 정교선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4542만 5141주(29.1%)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평가액은 2046억 원 수준이다.
정지선 회장은 같은 날 주식평가액이 3476억 원 이상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 39.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주식을 8% 정도 쥐고 있다. 주식평가액 586억 원에 달한다.
정교선 회장 승진은 50세 기념 생일 선물(?)
정교선 회장이 회장직으로 승진한 10월 31일은 공교롭게도 정교선 회장의 생일이다.
또 정교선 회장은 1974년생이기 때문에 올해 지천명에 해당하는 5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50세 되는 생일 때 회장 승진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승진한 해와 날짜만 놓고 보면 회장 승진이라는 카드를 50세가 될 때까지 정교하게 맞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회자될 듯 하다.
정지선·정교선 회장 형제, 덕산 이수훈·이수완 회장 형제와 닮은 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이 이미 37세 때부터 그룹 회장직을 맡아 수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형제 모두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9월에 200대 그룹과 60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은 31명으로 집계됐었다. 이 중 형제 사이에 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곳은 덕산그룹 이수훈 회장(76년생)과 덕산산업 이수완 회장(78년생)이다.
이번에 정지선 회장(72년생)에 이어 정교선 회장(74년생)도 회장 타이틀을 됨에 따라 1970년 이후 출생한 형제 간 회장을 쓰는' 2호 사례'가 됐다.
공교롭게 이수훈·이수완 회장과 정지선·정교선 회장은 모두 남성이고 2살 터울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이수훈 회장과 이수완 회장도 기존 이준호 덕산그룹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경영을 할 때는 같은 우산 아래 있었다. 이준호 명예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나면서 두 형제는 각각 독립된 계열사를 경영하며 최근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형인 이수훈 회장은 덕산그룹의 정통을 이어가면서 덕산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수완 회장은 덕산그룹이라는 우산에 빠져나와 계열사 몇 곳을 지배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보면 정지선·정교선 회장 형제도 이수훈·이수완 회장와 유사한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그룹의 정통성을 이어가게 되고, 정교선 회장은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독립해 나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SKC 최신원 전 회장처럼 SK그룹이라는 우산에 있으면서 SKC를 비롯해 주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로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재벌가에서 같은 그룹에서 형제지간에 회장 승진이라는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형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자도생을 위한 일보(一步)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백화점그룹은 향후 3~5년 사이에 정교선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파될 지 아니면 같은 우산에 있으면서 주요 계열사를 실질 지배하는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