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촌 회장과 달리 '대표이사 회장' 오를 지도 관심
- 정유경, 10월 30일 기준 주식 재산은 3459억 원 수준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 범(凡) 삼성가 3세 여성 경영인 중 첫 회장이다.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지 9년 만으로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정유경 회장 승진은 사촌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으로서는 연말 승진 카드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30일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오일선 소장)는 30일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 중에서는 1호 여성이라고 밝혔다.
앞서 CXO연구소는 지난 9월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1970년 이후 출생한 회장을 조사한 결과 31명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된 31명의 회장은 모두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1972년생 정유경 총괄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970년대생 여성(女性) 회장 1호'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정유경 회장 독립하면 재계 서열 27위 내외 그룹으로 예상
신세계그룹은 향후 2~3년 후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그룹과 정유경 회장이 지배하는 그룹으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유경 회장을 그룹 총수(摠帥)로 지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5월 기준 신세계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62조 원 수준으로 재계 서열 11위다.
향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계열 분리가 현실화되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기존 그룹은 40조 원 수준으로 자산 규모가 다소 줄어든다. 이럴 경우 재계 서열은 12위 정도로 한 계단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정유경 회장이 지배하는 새로운 위성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19조 원 수준이다. 올해 공정위에서 발표한 재계 서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27위 정도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는 18곳 내외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단기적으로 현재 미등기임원인 정유경 회장이 향후 등기임원에 오를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라며 "향후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받게 될지 아니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CJ 이재현 회장, 신세계 정용진 회장 등 범(凡) 삼성가의 사례처럼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그룹을 지배할 지도 주요 이슈"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기업집단으로 독립하면 정유경 회장 경영 능력 입증해야
정유경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독립된 그룹으로 떨어져 나올 경우 기존 삼성과 신세계를 거쳐 새로운 위성그룹으로 분파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그룹 경영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어가게 된다. 새로운 위성그룹으로 독립할 경우 기존보다 더 성장할지 아니면 꼬마그룹 내지 몰락 의 길로 갈 지는 온전히 정유경 회장의 경영 능력에 달려있다.
과거 창업주의 뒤를 이어가면서 위성그룹으로 분파했지만 실패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회장이 이끄는 새한그룹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또 정주영 회장에 이은 현대그룹도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거치면서 지금은 대기업집단에도 들지 못하는 그룹으로 위상이 작아졌다.
때문에 향후 정유경 회장이 독립된 그룹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경우, 그룹 수장으로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경 회장의 경영 능력에 따라 실적은 물론 주가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선 소장은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명희 총괄 회장이 생존해 있을 때 순차적으로 지분 등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룹 분리 단계까지 이르렀다"며 "이는 이명희 총괄 회장이 그동안 재계의 승계 과정에 나왔던 불협화음을 지켜본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두 자녀 간 분쟁을 사전에 없애고 그룹 분리에 대한 교통정리를 명확히 함으로 승계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43년생으로 올해 81세인 이명희 총괄 회장이 이미 고령으로 접어든 상태다. 또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모두 경영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인 50대 나이가 됐다. 이명희 총괄 회장은 적절한 시점을 찾다 보니 정유경 회장을 승진시키면서 그룹 분리에 대한 큰 그림도 함께 내보인 게 아닌지 추측된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은 범 삼성 내 사촌지간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삼성물산 이서현 사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 신세계, CJ 등 범 삼성가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은 모두 회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경 회장까지 합류하게 돘다.
따라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이들과 격을 맞추기 위해 가까운 시점에 승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에 CJ 이재현 회장이 먼저 회장에 오른 후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랐고, 이어 정용진 부회장도 회장 타이틀을 갖게 됐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빠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1~2년 후에 부회장급 이상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사촌지간 중 범삼성가 여성 부회장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이미 활약 중이다.
정유경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재산 규모는 3000억 원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주식을 182만 7521주 보유하고 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540만 4820주를 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주식에 대한 10월 30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3459억 원을 상회했다.
다만, 이명희 총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98만4518주)와 이마트(278만7582주) 주식은 당분간 계속 쥐고 있다가 증여 혹은 상속을 통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에게 각각 넘어갈 전망이다.
이명희 총괄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두 자녀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어서 마지막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