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 임원 20% 감축 등 대규모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 LG그룹, 진행 중인 '사업 보고회' 결과 따라 인사 정해질 듯
- 현대차그룹, 사상 최고 실적 따라 대규모 승진 등 예상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삼성, SK 등 주요 그룹이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작업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칼바람'이 예상된다.
주요 그룹은 예년보다 정기 임원인사를 앞당기는 한편 구조조정 및 쇄신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인 가운데 성과 보상 원칙에 따라 대규모 승진 인사가 에상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쇼크에 따른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10조 80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7월 8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22일 52주 최저가인 5만77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매년 12월에 진행됐던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올해는 11월 중순경으로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예년보다 이른 11월 말 임원인사에 이어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사업부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등 AI(인공지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파운드리 사업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또 시스템LSI 사업의 경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전영현 부회장은 이례적인 반성문을 내놓고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 있다"며 3개 사업부장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지난 2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438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임원(1164명)의 38%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임원이 199명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피플팀(인사팀)은 최근 DS 부문 소속 CL4(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어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10월 25일),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10월 27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 등 주요한 일정을 맞아 '뉴 삼성' 메시지를 낼 지 주목된다.
SK그룹은 계열사별 임원 규모를 20%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7일 조직 개편 및 인사에 따라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으로 2명이 승진했다. 6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전체 임원은 66명이었는데 약 26%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SK그룹의 인사 방향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CEO 세미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다.
SK 측은 "획일화된 기준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그룹사 별로 임원 감축 규모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SK그룹은 조기 인사설이 돌았지만 오는 12월 초 임원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CEO 세미나 일정을 감안하면 사업 계획 검토 후 인사 일정 등이 빠듯하기 때문.
SK텔레콤은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 휴직을 진행한다. 11월 1일 합병법인 출범을 앞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임원 인사 역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예년과 비슷하게 사장단 및 임원 임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표이사·사장 인사는 11월, 임원 인사는 12월에 실시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돼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다만 올해에도 세대교체 인사 기조를 이어갈 지 관전포인트다. 완성차 계열사(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지난해 상당수의 임원을 교체한 바 있다. 김혜인 현대차 인력관리(HR)본부장은 지난해 영입돼 '젊은 피'에 속한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5년차에 들어서면서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을 대부분 교체한 만큼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년 초 임기를 마치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는 송호성 기아 사장,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 등이 있다.
LG그룹은 '사업 보고회' 결과를 토대로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1일부터 LG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순차적으로 주요 계열사의 사업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에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 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다음 해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고객 가치 제고와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열고 있다.
LG는 올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연말 인사 기조도 안정 보다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44년 LG맨'이자 그룹 2인자로 통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당시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이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로 바뀌었다.
롯데그룹은 비상경영 상황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통상 10~11월 진행하던 임원 인사 평가를 예년보다 앞당겨 지난 9월 마무리하며 11월 조기 인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롯데는 지난해 '안정'을 택했다. 당시 유통부문 3인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백화점 사업을 총괄해온 정준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비상경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유통부문의 3인 대표 체제인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르면 이달 내에 유통업계 첫 정기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9월에 정기 인사를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빠르게 쇄신에 나선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 달 이상 미뤄졌다.
신세계그룹의 올해 인사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표이사 25명 가운데 9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 신세계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6개 핵심 계열사 중 스타벅스를 제외한 5개 대표를 모두 교체했다. 올해도 지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교체하는 수시 인사를 진행했기에 연말 인사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9월 27일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통상적인 시기 대비 한 달 가량 앞당겨 실시했다.
이날 인사를 단행한 곳은 지주회사 격인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엔진, 한화첨단소재, 한화이센셜, 한화비전, 한화정밀기계 등 14개사로, 총 51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대표이사 인사에 이어 임원인사도 과거보다 앞당겨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22일 오전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판교 R&D센터를 찾았다. 임직원 격려 차원에서 '파이브가이즈' 버거 세트 2500여 인분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