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윤정원 기자] 코로나를 거치고 경기 침체, 대기업인 현대기아의 중고차시장 진출, 거기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 등 온갖 악재를 거친 중고차 시장은 어떨까?
서울 도심의 중고차 시장으로 유명했던 장안평을 가봤다. 한마디로 예전같지 않다. 과거 자동차를 팔러 온 사람들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던 거리는 현재 사장과 영업직원만 남았다.
널직한 텅빈 공터에 손님을 기다리는 자동차들만 즐비...딜러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하소연
이 자리에서 만난 한 딜러는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이 매일 매일 똑같이 이어지고 있어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오후 2시께 장안평 중고차시장은 손님이 적은 게 아니라 아예 한명도 없었다.
장안평 중고차 시장에서 '삼진랜드'를 운영하는 75세 A씨는 고민이 많다. 오늘 하루 손님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40년간 이 곳을 지켜온 토박이 사장님이기에 장사가 안되고 적자여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나이 75인데 어디 갈 데 없잖아. 이제 애들도 다 컸고, 시집장가도 다 가고, 그래서 그냥 소일거리라도 한참 동안 하던 거 그냥 하는 거지"
옆 가게의 대표인 B씨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B씨는 과거 이맘때쯤이면 추석 쉬고 급전을 위해 차를 팔러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번 추석에는 그런 사람도 없다며 한탄했다. 현 사업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 번 차를 갖고 오면 보통 5~6개월 동안 팔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게 부지기수다.
B씨는 폐업도 고려 중이지만 그 것도 그 나름대로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많은 차들을 다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말하자면 중고차 장사꾼이 사오면 사오는대로 팔면 되지만 그거 누가 거져먹으려고 하지 제값 주고 살려고 하진 않을 거 아닌가. 그만큼 손해보니까 바로 못하는 거지."
몇몇 관계자들은 장안평 중고차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신 수원이나 인천 쪽 시장이 떠오르는 중고차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장이나 직영 중고차 매장으로도 손님이 많이 유입되는 추세다.
중고차 시장 맞은 편엔 다양한 수입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 '카서울닷컴' 복합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다. 1층과 4층에는 벤츠 출고를 담당하는 한성자동차 중고차사업부가 있고, 2층에는 BMW 코오롱모터스, 5층에는 K CAR 등 이외에도 렉서스 공식인증 중고차, 찬찬찬모터스, 네이버카 등 인기있는 직영 중고차 매장들이 위치해 있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라는데 모든 딜러들이 동의하는 편이다.
오프라인 중고차 장터는 소멸중...온라인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
벤츠·BMW·아우디 등 이른바 獨 3사의 물량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한 딜러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제입장에서 이 일에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고객을 맞이하는 후배들을 볼때 너무 안쓰럽다. 이 직업도 제 나이까지만 생존할듯하다"고 걱정했다.
이어 "자동차를 비싼 땅에 전시해놓고 파는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는 듯하다. 온라인 과 품질 보증 등 신용을 기반으로한 디지털 중고차 시장으로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車생태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담당하면서 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중고차시장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인한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달라진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서비스, 예를들어 온라인 중고차 서비스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윤정원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