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1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어
현재 금감원으로부터 정기검사 받는 중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여부 촉각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NH농협은행에서 또 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자체 감사 과정에서 2건의 배임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올해에만 3건의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나온 만큼,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올해 금융권에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잇따라 벌어진 데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금감원 정기검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발빠르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농협은행이 2건의 배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각각 53억4400만원, 11억225만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2건 모두 부동산 가격을 부풀려 초과대출한 사례로 드러났다. 이에 은행 측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관련 담당자들을 징계할 예정이다.
앞선 3월에도 농협은행은 109억4733만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적발해 공시한 바 있다. 올해에만 총 3건의 금융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공교롭게도 농협은행은 현재 모회사 농협금융과 함께 금감원으로부터 6주 동안 진행되는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35명의 은행검사2국 인력이 농협은행 강당에 짐을 풀고 고강도의 핀셋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적인 금융범죄가 드러남에 따라 금감원은 더욱 세밀하게 메스를 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측은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내에서 벌어지는 금융사고를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농협 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회전문 인사다. 중앙회는 계열사 내 인사교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 의거하면, 중앙회 직원이 농협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지주사 혹은 중앙회 임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3월에 벌어진 배임사고 역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중앙회 출신 직원이 내부통제를 총괄하다가 발생한 일이었다. 최근 추가로 발생한 2건을 계기로 금감원은 중앙회와 계열사들에게 지배구조 및 인사교류 시스템에 관해 시정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융권에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를 농협은행이 조기에 적용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부통제 실패에 관한 업계 안팎의 우려와 비판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책무구조도는 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문서를 뜻한다. 1인 1역 체계를 구축해 금융범죄를 근절하는 것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가령, 은행 내의 영업본부에서 금융범죄가 발생할 시, 최고재무책임자(CFO) 또한 내부통제 실패를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오는 7월 3일에 시행된다. 은행권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기에 농협은행 입장에선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면 된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한 명분이 생긴 만큼, 농협은행의 발걸음은 빨라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 중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쳤다"며 "농협은행도 이에 자극을 받고 내년 1월 이전에 책무구조도를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