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 어차피 인식 못 해
고사양 받쳐주는 컨텐츠 부족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중국 TCL 계열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TCL CSOT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2024에서 4K 해상도에 주사율 1000Hz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선보여 화제다.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시도였지만 의의는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 A씨는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감흥이 없는 뉴스였을 것”이라고 축약했다.
A씨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며 “15년 전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를 쓰던 시절부터 100인치 TV가 전시회에 나왔지만 오늘날에도 실제 쓰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상용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기술 과시용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과시용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 눈이 1000Hz의 주사율을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일반적으로 사람 눈은 60Hz 정도의 주사율만 인식한다. 요즘 출시되는 200Hz 모니터도 특수한 용도로만 쓰인다”고 말했다.
고사양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B씨는 “영상 소스 자체의 품질이 낮다”며 “모니터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콘텐츠 자체가 4K 미만으로 제공된다면 4K 해상도 모니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A씨도 “스타크래프트같은 옛날 게임이면 모를까, 요즘 게임을 고주사율로 즐기려면 몇백만 원대의 그래픽 카드를 갖춰야 한다. 보통은 4K 해상도에 주사율이 140Hz만 돼도 게임이 멈춘다”고 말했다.
반면 OLED가 아닌 LCD로 고주사율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기술력 자체는 주목할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A씨는 “OLED는 마이크로초(μs) 단위로 발광하지만 LCD는 그렇지 않다. 원래 LCD는 천천히 구동되는 것이 정상인 만큼 굉장한 고전압을 걸어야 했을 것”이라며 “LCD로 고주사율을 구현했다면 아주 쉬운 일을 했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