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 실적 10조 5600억...실적 비율 카드사 중 가장 높아
실질 연체율 2.14%...자산 건전성 '빨간 불'
KB국민카드 "취약 차주 연체율 관리 선제적 대응할 것"
[녹색경제신문 = 김진희 기자]
KB국민카드가 연체율 증가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우려섞인 평가를 받은 가운데, 강점이던 저비용 해외 자금 조달을 이어가기 위해 중·저 신용자의 카드론, 현금서비스에 대한 연체율 관리에 적극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20일 KB국민카드는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신용 리스크 확대는 카드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중·저 신용자의 대출상환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 KB국민카드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취약 차주 연체율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자산 건전성 관리 방침을 밝혔다.
전날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을 'A2'로 유지하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지속되는 고금리 상황과 개인 채무 구조조정 건수 증가로 KB국민카드가 국내 카드업계 경쟁사 대비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하며 올해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이 높다고 내다봤다.
KB국민카드는 이에 대해 "업권 기준 양호한 연체율 수준을 유지 중이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지만 무디스의 판단은 달랐다. 무디스는 "KB국민카드의 총 대출 대비 연체 대출 비율은 2022년 2.2%에서 2023년 3.2%로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KB국민카드의 수익성은 자금조달 비용 증가 탓에 향후 1년에서 1년 반 동안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B국민카드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카드채는 4조 4000억 원 규모다.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 달리 일반적으로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는 차환용 채권 발행이다. 문제는 국내 채권 시장의 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눈을 돌려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5억 달러 규모의 ABS를 국내 회사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했고 올해 3월에도 4억 달러 규모의 ABS를 발행해 내년 만기 도래분까지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매출채권 등을 기반으로 구조화해 발행하는 ABS는 기업의 신용도와 별도로 각 증권에 신용등급이 부여된다. 전략을 잘 짠다면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유리한 조건의 발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ABS는 또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AAA' 평정을 받아 저비용 조달에 성공했다. 무디스도 "KB국민카드가 ABS 발행에 활용할 수 있는 가용성 무차입 자산은 충분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추가 발행 계획은 없는 상태지만 차후 자금조달이 필요할 시 해외 ABS 발행을 우선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조달비용 절감 목적이다.
한 구조화금융 전문가는 "카드사의 ABS 발행은 카드 매출채권과 회수 가능성이 중요해서 구조화를 잘하면 앞으로도 유리한 조달 금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디스의 등급 전망 변경이 악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망 하향이 심리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나란히 무디스의 투자 적격 평정을 받았던 국내 카드사 KB국민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중 유독 KB국민카드만 등급전망이 조정된 배경으로는 장·단기카드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꼽힌다. 외신과 해외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의 개인 채무 등 가계부채 규모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의 영업실적을 보면 중·저 신용자들의 대출이 다수 포함된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KB국민카드의 현금서비스 영업실적은 10조 56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3% 증가했다. 국내 8대 카드사 중 액수로는 신한카드(13조 1631억 원)에 이어 두 번째, 전체 영업실적에서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1위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까지 합한 영업실적은 17조 41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4% 증가했다. 신한카드(22조 4664억 원)가 전체 카드사 중 합계액은 가장 많지만 증감율을 보면 전년 대비 5.49% 감소했다.
카드업계 전반이 고심하고 있는 연체율도 당면 과제다. KB국민카드의 올해 1분기 실질 연체율은 2.14%로 전분기 대비 0.28%p 증가했다. 실질 연체율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대환대출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이다.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와 함께 실질 연체율 위험 수준인 2%를 넘긴 카드사라는 점에서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인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실적이 높아지다보니 전체적인 자산 건전성이 악화돼 신용도와 자금 조달 비용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적극적인 연체율 관리 등 리스크 관리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