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조, 국민연금 수급 연계 64세로 정년 연장 요구안 확정
- HD현대 계열사 노조, 65세로 정년 연장 임단협 공동 요구안 전달
- 동국제강그룹, 3월 임단협 통해 만 61세에서 만 62세로 정년 연장
- 여소여대 총선 결과, 노동개혁 후퇴...정년연장 등 요구 힘받을 듯
대기업 10곳 중 7곳은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동차 노동조합을 비롯한 HD현대그룹 계열사, LG유플러스 등이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어 올해 주요 대기업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는 정년 연장이 중요한 화두로 부각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최근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9.4%에 불과했다.
이 중 기업의 10.2%만이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고 있었고, 19.2%는 '계약직·임시직'으로 고용 중이었다.
기업들이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수 부정적이었다.
응답 기업의 78.4%는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존과 동일하다'고 답한 기업은 21.2%, '더 나아졌다'고 답한 기업은 0.4%에 그쳤다.
또, 기업의 74.9%는 중고령 인력 관리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로를 겪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높은 인건비 부담(37.6%) ▲업무성과·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 지연에 따른 인사 적체(16.5%) ▲건강·안전 관리 부담(15.3%) 등의 순으로 높았다.
중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효율적 관리·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61.2%로 집계됐다.
주요 조치(복수응답)로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33.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중고령 인력 적합업무 개발(19.2%), 중고령 건강관리·근무환경 개선(12.2%) 등의 순이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절반 이상(53.7%)은 현재 승진 지연 등 인사 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적체의 원인(복수응답)으로는 ▲사업·조직 성장 정체(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27.7%) ▲인력계획 미비 또는 비효율적 관리(19.7%) 등을 꼽았다.
응답 기업들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복수응답)으로 ▲인력 효율화를 위한 전환 배치(25.9%)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18.4%) ▲연공성 보상 감소 및 업적 성과 보상 확대(17.3%)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13.7%)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동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따라서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는 것.
기아 노조 또한 '베테랑 제도' 연장을 요구하며 64세로 정년 연장을 요구할 전망이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지난 17일 회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의 4개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3월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만 61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했다. 당초 동국제강은 만 59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매년 10%가량 임금을 줄였다. 따라서 정년이 늘어나면서 만 60세부터 총 임금의 1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정년연장 입법청원을 내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도 논의 의제로 꺼냈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맞춰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지난 4·11 총선 결과 제22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면서 현 정권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이 후퇴하고 노동계의 정년 연장 요구는 힘을 받을 전망이다.
4대 그룹 출신 고위관계자는 "정년 연장 요구는 앞으로 주요 대기업 임단협의 화두가 될 전망"이라며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물론 고령화, 저출산, 인구 감소 현상 등이 심화하면서 노조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