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5일 한일경제인회의 개최...최태원 회장, 기조 연설 및 협력 논의
- 민주당 '반일 공세'에 대통령실 '단호한 대응' 및 '네이버 입장' 투트랙
- 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지분 매각 반대"..."정부의 적극적 조치 요구"
- 네이버, 소프트뱅크와 지분 협상 전략에 차질...선택지 줄어 고민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 등 단장단 일행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난 가운데 이른바 '라인 사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는 최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이 양국 외교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필두로 양국 경제인들이 만나는 '한일경제인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야당은 '매국 정부'라고 비판하는 등 정치권으로 사태가 번지고 네이버 노조가 지분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히자 네이버는 난감한 모습이다.
13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경제인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한국 재계 인사들과 만나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일경제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한일경제인회의 단장단은 기시다 총리를 예방해 약 30분간 회동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둘러싼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양국이) 다양한 협력과 상호 이해의 싹을 키워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14∼15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한일경제인회의에 대해 "향후 양국 경제의 활발한 교류로 이어질 것을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윤 회장은 "경제활동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양국 정부 협력을 부탁한다"고 화답했다.
또 단장단은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등 일본 고위 관료들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에 라인 사태에 대한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단장단은 기시다 총리 면담에 앞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을 맡고 있는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과도 각각 만남을 가졌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지분 매각 사태'가 한일 외교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단장단이 지한파 인사들을 통해 한국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대통령실 "우리 기업 의사에 조금이라도 부당한 조치에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
대통령실은 이날 네이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에 대해 "우리 기업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본격적인 개입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신중 모드에서 벗어나 야당이 '반일 공세'를 펼치며 정부의 외교 실패로 규정하자 "반일 조장은 국익 훼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네이버를 향해선 "보다 선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투트랙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즉각 범정부 총력 대응으로 우리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 매국 정부·매국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독도를 찾아 "(현 정권은)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 숭일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우리 정부 대응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다"며 "우리(정부)는 이 문제를 단순히 기업 대 기업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일본(정부)은 기업의 관점을 넘어서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일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자제를 촉구하며 하루빨리 민간, 여·야 국회 및 정부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한일 양국이 공동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라인야후 보안 강화 대책으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개선을 요구한 뒤 네이버 지분 축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라인야후 사태가 정치권으로 번진 가운데 네이버 노동조합은 이날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네이버 노조는 "라인 계열 구성원과 이들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보호가 최우선이며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으로 시작한 라인이 아시아 넘버 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국내에 있는 2500여명 라인 계열사 직원 외에도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엔테크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인컴즈 등 수많은 네이버 계열 구성원들의 하나 된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며 "50% 지분 중 일부라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면 대한민국 노동자인 라인 구성원들이 소프트뱅크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일본 총무성이 요구하는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지분매각 협상에 임하면서 '네이버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기로 기조를 정했다. 지분율 유지와 일부 매각, 전부 매각 및 일부 사업 양수도 등의 옵션을 검토하며 네이버가 라인 개발과 시스템 구축 등에 쏟아온 자원에 대해 손해 보지 않는 방안을 찾고 있다.
네이버 "소프트뱅크와 협상 중인 사안이기에 구체적 진척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라인야후 사태 이후 네이버의 일관된 입장은 "소프트뱅크와 협상 중인 사안이기에 구체적 진척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협상 방향성이나 태세 등을 입수해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제값을 쳐줄 경우 지분율 유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현재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 중인 A홀딩스의 가치는 20조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네이버가 지분 10%만 팔아도 2조원 가량이 유입된다. 네이버는 이를 AI(인공지능) 등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기업 간 협상'으로 진행되던 지분율 조정이 일본 총무성의 개입과 한국 정치권의 '반일 프레임' 대응에 국가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선택지가 줄어 결과적으로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일경제협회는 일본 측 일한경제협회,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과 함께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한일 파트너십'을 주제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김윤 회장과 최태원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 등 양국 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다. 최태원 회장은 기조 연설을 한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회의로, 1969년 첫 회의 이후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