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영역도 있습니다. CEO(최고경영자)들이 먼저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과제들을 잘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선임 이후 SK그룹 경영전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주문한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새로운 발상돠 시도로 위기극복에 나서자는 의미)'의 자세로 혁신에 나선 셈이다. 

SK그룹 CEO들은 일부 계열사 투자·사업과 관련해 거시경제 변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SK그룹은 23일 최창원 의장 주재로 서울 중구 서린동 SK 사옥에서 열린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월례회의에서 장용호 SK(주) 대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사업 리밸런싱(Rebalancing)'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CEO들은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이며, 주요 계열사 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그룹 내 현안 등을 논의한다.

CEO들은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공감하며 각 사 경영 여건에 맞게 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자고 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용호 대표는 "각 사의 밸류업을 위해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등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상규 대표는 "SK이노베이션 계열 포트폴리오를 과거와 현재의 성과, 미래 전망, 수익성 등 다방면에서 냉철하게 평가해 제한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은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SK온 배터리 사업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창원 의장은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응하는 더 단단한 SK를 만들어 나가자"고 마무리했다.

CEO들은 반도체·인공지능(AI)·그린사업·바이오 등 사업 영역별 기술 혁신과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가령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발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올해 1월초 신년사에서 "모두가 ‘해현경장'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며 "올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환경을 우리 스스로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는 계기로 삼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