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자사주 소각 현황 '소극적'
관계자, "5월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 분수령이 될 것"
밸류업 프로그램 열풍으로 증권업계가 한 목소리로 주주환원과 배당 확대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현황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주주총회를 통해 일부 증권사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지만 대다수 증권사는 정부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는 5월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기준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사주 비중은 대신증권(26.07%)·미래에셋증권(24.31%)·키움증권(7.99%)·메리츠금융지주(7.58%)·KB금융(6.44%)·한국투자금융지주(5.36%)·하나금융지주(2.19%)·NH투자증권(0.67%)·신한금융지주(0.66%)·삼성증권(0%) 순이다.
이들의 올해 자사주 소각 계획 규모는 신한금융지주(6000~7000억원)·메리츠금융지주(4000억원)·KB금융(3200억원)·하나금융지주(3000억원)·미래에셋증권(822억원)·키움증권(700억원)·NH투자증권(500억원) 순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를 대폭 늘려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외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달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000만주(822억) 소각 및 약 898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는 총 합계 약 1720억원 수준으로 주주환원성향은 조정 당기순이익(연결기준 지배주주 기준)대비 약 52.6%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주주환원정책은 주주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리딩증권사로서 주주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증권사가 주주환원을 외치며 자사주 소각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유보이익과 자본 감소 부담 탓이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시장가격에 팔면 회사엔 이익잉여금이 되지만 소각하는 경우 자본이 줄어 그만큼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와 주주환원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실적에 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와 자본이 줄어드는 만큼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효과를 내 자사주 매입과 배당보다 강력한 주주환원효과를 낼 수 있다.
4일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나, 5월 중 세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증권사가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자사주 소각에 따른 세제 지원 등 자본 감소에 따른 부담을 감경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오는 5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증권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6월 중 공시 원칙, 절차, 내용, 방법 등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하고 통합 홈페이지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