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알뜰폰을 이용하는 소비자 중 다수가 기존의 SKT・KT・LGU+ 이동통신 3사로 통신사를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통법 폐지가 이통3사의 호재로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2일 이동통신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소비자가 5명 중 3명꼴로 절반이 넘었다.
법안 폐지 시 3명 중 1명은 보조금이 더 많은 이통사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알뜰폰’ 이용자의 절반은 다시 이통3사로 이동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 수준은 높지 않았다. ‘잘 알고 있다’는 11%에 그쳤다. 22%가 ‘처음 듣는다’, 67%가 ‘듣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단통법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이 62%로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그 이유로는 단말기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단통법 폐지 후 휴대폰 구입 시에는 절반(50%)이 ‘현 통신사를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더 저렴한 통신사로 이동’하겠다는 응답도 3명 중 1명꼴(34%)이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번호 이동이 거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큰 변화라고 해석했다.
단통법 폐지가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계획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휴대폰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 중 45%가 ‘폐지 시까지 구입을 유보할 것’이라고 했고, 내년 이후 구입 계획자 중 17%는 ‘올해 단통법이 폐지되면 (올해로) 구매를 앞당길 것’이라고 답했다.
단통법 폐지가 실현되면 가격우위를 내세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교체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는 이통사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48%가 ‘이통사로 이동’하겠다고 했고 26%만 ‘알뜰폰 통신사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단통법 폐지 법안 통과 전이라도 시행령 개정으로 이통사의 보조금·지원금 경쟁이 본격화되면 알뜰폰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과언이 아닌 셈”이라고 봤다.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이통3사가 제공하는 전환지원금 규모다. 단통법 폐지보다 먼저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최대 50만원의 전환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졌지만 실시 첫날 이통3사가 책정한 금액은 최대 10만원대에 불과했다.
지원금이 상승할수록 10만원 안팎의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하는 조건도 바뀌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시행령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을 체감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20~64세 휴대폰 이용자 1005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8일, 29일 이틀간 실시됐다.
응답자에게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으로 휴대폰 구입 비용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하나, 보조금 투명성이 떨어져 소비자 간의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조사했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