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적 과로, 진료진 부족, 과중한 행정 잡무 처리에 도움될 것
우리나라의 전국 5대 주요 대학 병원 전공의들이 정부가 발표한 의료계 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최근인 2월 20일 파업에 돌입한 후, 일주일이 지난 26일 기준 대형병원 전체 전공의 중 72%가 업무 탈퇴했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건강과 의료 복지를 고려해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개혁안으로 의료 개혁을 최소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의사들의 집단 행동파업 사태와 진료 공백 장기화가 쉽게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는 이에 대비해 환자 분산 진료 및 분산 치료 등 대책안에 고심 중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최근인 2월 21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의료 부문 통계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과로, 진료 인력 부족, 과중한 서류 행정 업무에 지친 미국의 의사들이 디지털 테크 특히 인공지능(AI)이 미래 의료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되주길 기대한다고 응답해 AI가 의사들 사이에서 현대 의료 보건 체제가 풀어야 할 문제에 희망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 조사는 지난 2023년 10월 23~11월 8일까지 보건 의료 관리 및 서비스 기업인 아테나헬스(Athenahealth, 美 샌디애고 본사)가 시장조사 업체인 해리스 폴(The Harris Poll)과 현직 의사 1,003명(가정의 750명, 전문의 253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의사들은 고질적 과다 진료 업무, 병원인력 부족, 과중한 행정 잡무에 시달리며 이른바 만성적 번아웃(burnout)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조사에 응답한 의사 90% 이상이 조만간 인공지능이 미국 의료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수 절대 부족에 따른 과중한 진료 스케줄 외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서류 및 문서 업무(64%)가 미국의 대형 병원과 개인병원 개업 의사들이 앓는 번아웃의 주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60%는 업무 과중으로 의료계를 떠나 직업을 바꿀 의사까지 있다고 대답했다. 또, 60%의 의사들은 원하는 만큼 환자와의 충분한 진료 시간을 갖지 못한채 환자 처치를 한다고 대답했고, 75%가 넘는 의사들은 환자들이 보내는 잦은 문자 메시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한 예약 진료 시간 외 의사-환자 간 소통 요구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의사들은 고용자인 병원의 재정 부족 현상에도 우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의사의 78%는 의료진 인력 보유·유지와 만성적 의료직 인력 부족이 종합병원 경영을 어렵게 하는 문제점이라 인식하고 있으며, 응답자 절반가량은 그들이 일하는 병원의 재정 상태가 불안하다고 대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국의 의사들은 인공지능이 의사의 안정적 직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 의료보건업계가 처해있는 여러 문제점을 보완 또는 해결해 줄 솔루션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AI의 긍정적 효과로서 관료적 행정 업무 처리 자동화와 기계적 업무의 효율화로 절약되는 시간에 환자와의 면담 시간을 늘려 진찰에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I 관련해 응답한 의사들의 83%는 이미 미국의 의료업계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대다수가 이미 전자 건강 기록부(EHR)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고, EHR는 우수 의료 서비스 제공(65%)과 환자 처치 업무를 효율적으로 돕는데(54%)에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해 의사들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특히 인공지능 기술에 잠재된 긍정적 역할에 포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 데이터 정보량 과다도 의사들의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압도적 수의 의사들(94%)은 효율적인 진단과 처방을 위해 양보다 양질의 임상 데이터를 원한다.
한편, 의사들은 의료 서비스 분야에 AI 도입과 응용이 보편화될 경우 휴먼터치 즉, 인간 의사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충분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