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들이 은행에 예치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9%(5조8260억원) 감소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기업들의 원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과 작년 둘 뿐이라 이례적이다. 

지난해 가계 예금잔액은 925조98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5%(72조1670억원) 늘었다. 기업 원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기업예금이 줄어든 이유는 기업들이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을 동시에 인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말 기업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15조61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1조2280억원) 줄었다. 저축성예금 또한 522조4410억원을 기록해 0.9%(4조5980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을, 저축성 예금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등을 각각 포함한다.

작년 고금리인 상황에서 기업대출 잔액 역시 늘면서 빚을 서둘러 갚으려는 기업들이 많아진 결과다. 작년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기업 대출 금리는 연 5.31%로 집계돼 2012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인 상황에서 연체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은행에 예치해둔 돈을 빼서 부채를 갚는 기업들이 작년에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