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리딩뱅크는 하나은행
올해 은행들 홍콩ELS 배상금 지불해야할 가능성 커져
실적 순위 앞으로 변동될 듯
지난해 은행들이 고금리에 힘입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중은행에서만 14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손실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은행이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올해 은행들의 실적 순위가 대거 변동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이자이익도 둔화될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가 배상금 역시 지불할 가능성이 높아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을 작년보다 낮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작년에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1조38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39조4612억원 대비 4.9%(1조9266억원)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작년에 9조8701억원 규모의 이자이익을 시현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8조4027억원, 하나은행 7조9174억원, 농협은행 7조7616억원, 우리은행 7조4360억원 순이다.
이에 5대 은행의 작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또한 14조1022억원을 기록해 전년 13조8482억원 대비 2.6%(254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은행별로 당기순이익 기준 순위를 따져보면, 1위는 3조47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하나은행이었다. 이어 국민은행(3조2615억원), 신한은행(3조677억원), 우리은행(2조5159억원), 농협은행(1조7805억원) 순이다.
작년엔 하나은행이 2년 연속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했지만 올해는 누가 1위를 차지할지 안갯속일 전망이다. 은행권이 2021년에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손실이 크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에서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홍콩 ELS 손실액은 6362억원으로 집계됐다. 홍콩H지수가 앞으로도 5000대에 머물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가까이 손실이 불어날 전망이다.
'역대급' 손실을 마주하고 있는 은행권은 현재 거액의 배상금과 과징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은행은 이에 법무법인 김앤장, 화우를 선임하며 소송전에 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화우와 손잡았으며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율촌, 세종을 선임했다. 농협은행 역시 세종과 광장의 자문을 받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 사례가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일부 포착된 만큼 은행들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대의 배상금을 지불해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이 이달 말까지 손실배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전망인데,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손해 배상액 기준인 40~80%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배상금 폭탄을 맞게되면 은행들의 실적은 올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8조원의 홍콩ELS 상품을 팔았으며, 신한은행(2조4000억원), 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홍콩ELS 사태에서 비껴간 우리은행이 리딩뱅크 자리에 올라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 배상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아직 법리적으로 따져봐야할 점이 많아 조심스럽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에 은행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상금은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섣부른 리딩뱅크 예측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