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딜] 가전·전자제품 기업들, 유럽 ‘고쳐 쓸 수 있는 권리법’ 시대 채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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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그린딜] 가전·전자제품 기업들, 유럽 ‘고쳐 쓸 수 있는 권리법’ 시대 채비할 때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 승인 2024.02.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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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로 나면 끝 아냐’ 고객 애프터서비스 역량 시험대 될 것
- 탁월한 소비자 애프터서비스로 브랜드 가치 혁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2024년부터 유럽연합(EU) 경제구역 내 모든 소비자들은 한 번 구입한 이동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일반적 가전제품을 고장 또는 부품 교체 희망 시 수리해 쓸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통상 유럽의 소비자들은 가전이나 전자제품 구입과 동시에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사용 중 고장이 났을 경우 2년 기간의 제품 수리 보증서를 받는다. 전자제품을 판매한 제조업체는 소비자가 2년 이내에 구매한 제품을 무상 또는 부분 유상 수리해줘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Photo: Bermix Studio=Unsplash
Photo: Bermix Studio=Unsplash

지난 주말인 2월 2일(금요일=브뤼셀 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서 열린 회의에서,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구매한 후 무료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하는 제품 품질 보증서(product warranty) 기한 만기 이후에도 제품을 수선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이른바 ‘고쳐쓸 수 있는 권리(Rights to Repair · R2R)’ 법, 즉, 소비자 수리권을 새로 입안시키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 의회가 곧 통과시킬 이 ‘소비자 수리권’이 정식 입안·집행되면, 소비자가 제품 수리를 선택할 경우 제품을 판매한 업체는 소비자의 수리 요구를 수락해야 하며 그 시점으로부터 제품 품질 보증서의 유효 기간을 12개월(만 1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새 법안의 핵심 골자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알렉시아 베르트랑(Alexia Bertrand) 벨기에 국가 소비자 보호부 장관에 따르면, 당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사실상 EU 소비자들의 ‘소비자 수리권’ 가전제품 수리 권리 법안에 모두 동의해 EU 의회와 EU 회원국들의 공식적인 문서 상 동의 인가는 형식적 절차만 남기고 있을 뿐  입안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EU 의회와 회원국 대표들의 합의 서명과 법안 통과가 성사되고 유럽연합 공식저널(OJEU)에 출판된 후 20일 후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이 법안의 구체적 통과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대략 11월 중으로 추진될 것으로 잠정 합의된 상태다.

R2R 법안은 유럽연합이 EU 그린딜에 입각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목표 달성 지원책을 일환으로, 본래 작년인 2023년 3월 처음 EU 의회에서 발의됐었다. 이후 같은 해 연말 경인 11월에 EU 의회 회의에서 법안을 보장하는 법안이 잠정 합의됐다.

EU 의회에서 소비자 수리권 입법 절차 과정에서 선두적 역할을 한 국가는 독일이다. 순환경제 원리에 입각, 특히 독일의 중도좌파와 녹색당 소속 위원들은 미래 전자제품이 고장났을 경우 새것을 구입하는 대신 고쳐쓰는 것이 더 쉽고 저렴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데 앞장선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가 2023년 3월에 발표한 1차 초안 작업문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소비자 수리권이 실시  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대기 배출량을 1,800만 톤을 감축과 소비자 지출 약 1,760억 유로(우리 돈 약 2502조 원) 절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향후 유럽 경제 구역에서 가전 및 소비자 전자용품 수출을 희망하는 업계 제조업체와 무역업체들이 ‘제품을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일회성 영업 관행을 재고하고 길어진 제품 보장 기간에 맞는 소비자 애프터서비스로 기업 브랜드를 관리하는 등 걸맞는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전제제품 제조업체들은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제품 수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EU가 2025년부터 집행할 예정인 ‘에코디자인 규제 법안(Ecodesign Regulation (EU) 2023/1670’과 ‘에너지 라벨 표기 법안(Energy Label Regulation (EU 2023/1669)’과 같은 2차적 법안을 동원해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제조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 제품에 소프트웨어를 연동시켜 제품 수리를 방지하는 기술적 정책을 써온 애플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이 법안에 강한 저항 의사를 표하고 있다.

또,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한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수리 요구를 수락하는 즉시 1) 판매자 제품 보장 기한 1년 추가 갱신, 2) 제품 수리 기간 중 소비자에게 동급 대체 제품 무상 제공, 3) 수리 금액을 온라인 수리 정액 표기 등 EU가 제조업체들에 의무화할 소비자 편의 조건을 기업들이 순순히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아직까지 시중의 가전과 전자제품은 새로 구입하는 것보다 수리하기가 더 비싼 경우가 많아서 폐 전자제품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또, ’소비자 수리권(R2R)’ 법은 수리용 부품 가격 저렴화·부품 접근성 투명화와 용이화, 제품 수리를 통해 제품 사용 주기를 늘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의사 판단을 계약적으로 보호·장려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EU 집행위 회원국 대표들은 이 법안이 오는 11월 통과될 경우 법 집행과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리 비용을 합리적인 선에서 저렴화하는 것이 관건임을 숙지하고 있다. 

정책가들은 EU 소비자들의 수리권을 행사를 촉진하게 위해 수리비 지원 할인권, 정부 보조금, 부가가치세 혜택 등 인센티브 구상에 한창이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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