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지그프리트 핀크(Siegfrid Fink)라는 한 독일의 식물학자는 식물 줄기를 자르지 않고도 식물 세포의 녹색 안료를 표백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얇게 저민 나무편을 통해서 유리장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식물 세포 분리 기술이 발명된 것이다.
핀크 박사는 이 기술을 한 비주류 목기술 저널에 발표했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채 묻혀있던 이 기술은 훗날 우연히 1992년 어느 날 스웨덴 KTH 왕립 기술연구원(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의 라르스 베르크룬드(Lars Berglund) 교수의 눈에 띄며 재주목 받았기 시작했다.
베르크룬트 교수는 폴리며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견고한 식물성 소재를 물색하던 중에 식물 줄기 또는 나무를 얇게 켜서 표백하면 유리장처럼 투명한 시트(sheet)로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
나무줄기는 무수한 수의 미세 세로 통로를 단단하게 한데 묶여 물과 영양소를 운반하는 빨대같이 생긴 통로다. 일단 벌목된 나무결에는 수분이 다 증발된 자리에 공기주머니가 남는다.
빨대 모양의 수분과 영양분 통로 사이사이 세포막을 잇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리닌(lignin)이 갈색 나무테 형상의 흔적으로 남는데 이를 하얀색으로 탈색시키는 작업을 거치면 빛이 투과될 뿐만 아니라 유리처럼 투명한 투시판으로 변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업된 테크 기업 우두(Woodoo)는 나무장을 표백해 투명하게 만든 재활용 가능하고 터치에 민감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추후 자동차 디지털 인터랙티브 대시보드와 거리 광고판용 스크린으로 상용화를 꿈꾼다.
이 기업은 올 2023년 봄 기존 유리, 가죽, 강철 소재를 대신할 수 있는 저탄소 배출 친환경 대체 신소재로 평가돼 벤처캐피털 지원금 3,100만 달러를 펀딩 받고, 유럽연합 위원회의 중소기업 연구 프로젝트로 선정된 바 있기도 하다.
투명한 나무장의 장점은 유리 보다 10배, 그보다 강한 섬유유리보다 강도가 3배 높다는 것이다. 목재 특성상 강직하지 않기 때문에 고건물용 건설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모래를 배합해야 하는 콘크리트에 비해서 목재는 지속가능한 건설 자재일 뿐만 아니라 기술적 보강이 더해지면 현대 건축에 널리 사용되는 유리와 강철 소재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현재 이 기술의 상용적 응용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업계는 자동차 제조업계다.
이제까지 과학자들이 실험한 투명한 나무판은 1mm의 얇은 두께(빛 투과율 80~90%)로 실험했으나 3.7mm 두께의 표백된 나무판도 빛 투과율 40%에 이른다.
천연 투명목은 유리 보다 열 차단력도 우수하다. 나무는 유리 보다 열전도율이 5배 가량 낮아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이동기기나 가전의 과열 방지에도 효율적임을 의미한다. 추가로, 목재 소재 특성상 부드러운 빛 반사력으로 분위기있는 실내 장식용으로도 유망하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