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통해 롯데그룹에 해사행위... "사실상 검찰 수사 의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끊임없는 경영 복귀 노력은 재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에서 해임됐는지, 그리고 복귀를 위해 어떤 행보를 했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단순히 '동생인 신동빈 현 롯데 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고만 볼 수 없는 신 전 부회장의 행보가 한국과 일본 양국 법정에서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의 해임 사유에 대해 "해임당할 만 했다"는 반응이 다수다. 또 그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드라마 보다 더 막장"... 신동주 전 부회장의 '몰카' 사업
법정에서 드러난 신 전 부회장의 해임 배경부터 상식을 벗어난다.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일본 롯데그룹 각 사에서 해임됐는데, 이후 본인 해임이 억울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신 전 부회장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몰래카메라 기반 신사업 ‘풀리카’를 무리하게 강행했고 그로 인해 감사까지 받고 해임됐던 것.
당시 롯데에서는 동의없는 무단 촬영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에 내부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전 부회장이 강력히 밀어붙였고, 결국 이 사업이 해임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 전 부회장이 3년여 동안 일본 롯데 임직원 이메일 약 30건을 몰래 받아본 사실도 당시 법정에서 드러났다.
회사 내부정보 빼내기 위한 매수에 검찰수사 유도까지
경영복귀를 결심한 신 전 부회장의 이후 행보는 해임사유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상궤(常軌)를 한참 벗어났다"면서 혀를 찼다.
일본에서 주로 지내 한국 내 기반이 전혀 없었던 신 전 부회장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롯데그룹을 곤경에 처하게 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이 2명의 전직 롯데 직원과 접촉해 내부 정보를 캐내도록 사주했던 사실이 지난 8월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재판 법정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얻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추가 자문료 지급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민 전 행장 역시 과거 매수했던 전 롯데 직원 박 모씨로부터 1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당한 바 있다. 이 때 민 전 행장 측은 “박씨가 가져온 정보는 쓸모가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2016년 6월 갑작스럽게 시작된 롯데그룹 검찰수사를 앞두고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찰에 회사 회계장부를 제공하고, 내사 단계에 직접 출석까지 하면서 협조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통해 내부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당시 검찰에 출석해수사에 협조한 인물은 나무코프(민 전 행장의 회사) 소속 직원이었고 그는 검찰출석 후 보고서를 작성해 검찰 내부상황과 내사단계 흐름을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에게 보고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뢰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며 “경영 복귀 목적의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일군 회사에 검찰을 불러 들인 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신격호 창업주 명예도 얼룩지게... 치매약 복용까지 알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초 일본 롯데 각 사에서 해임된 후 한국으로 건너와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7월부터 8월에 걸쳐 고령의 신격호 명예회장으로 하여금 무리한 일본행 일정을 강행하게 했다.
당시 녹취한 신 명예회장의 육성도 공개했으며 비공개 장소인 집무실에 외부인을 불러 연출된 사과문을 공개하는 등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 동시에 심신 안정에 해가 되는 상황을 빈번하게 일으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본인에게 유리하게 제작된 영상을 다수 활용하는 한편, 신 명예회장의 사적 영역인 치매약 복용 사실도 언론에 공개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 공식 비서진의 접근을 차단한 채 신 명예회장을 에워싸고 있어 심각할 정도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신 명예회장이 워낙 고령이어서 세심하게 보살펴 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프로젝트L' 내용도 안봤다?... 해명도 물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됐던 몰래카메라 기반 풀리카 사업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무단 촬영이 곧바로 법령 위반 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며 사업 검토 및 진행, 이사회 설명 등은 스도(부하직원)가 한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롯데 임직원 이메일을 몰래 받아본 것에 대해서는 “이메일이 어떤 목적에서 어떤 방법으로 나에게 전송되고 있는지 몰랐다. 나에 대한 해임이 거론되는 시점에 긴급 피난적 정당방위 차원에서 ICL(롯데그룹 이메일시스템 제공회사, 대표가 신 전 부회장 대학 동창)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만 했을 뿐, 직접적으로 이메일을 전송해달라고 의뢰한 것이 아니다”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을 음해하기 위한 모의 내용이 담긴 프로젝트L 계약에 대해서도 “나는 대기업 회장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날인만 했고 내용을 보지 않았다. 세세한 내용은 숙부인 신선호가 확인했다”고 말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경영복귀 시도 9번 모두 실패... "어려운 시기 롯데에 도움 안돼"
신 전 부회장은 올해까지 총 9번에 걸쳐 경영복귀를 시도하고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재계와 롯데에선 신 전 부회자의 기약없는 경영복귀 노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롯데그룹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소모적인 경영권 다툼이 롯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신 전 부회장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한 재계 인사는 "돌아가겠다는 회사를 파괴하는 경영자를 어느 직원이 좋아하겠냐"고 반문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