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측, 노조측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협상안 제시
-김성호 노조 위원장, "파업하기 싫지만 사측이 절충안도 거부해"
포스코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노동조합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단행했다.
조정신청은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로 약 10일간의 조정기간이 끝나면 조합원의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이 결정된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 쟁의대책위원회는 조정신청을 마친 후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역을 참배하며 경영진의 오만함을 바로잡고 기업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포스코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업은 최선이 아니라 최후의 선택인데 파업을 하고싶은 노동자들이 어디있겠냐”면서, “아직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사측에 기본급 13.1% 인상과 자사주 100주 지급에 못 미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수 십년간 경제 위기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했고, 심지어 최대 이익이 났을 때도 경제 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에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면서, “동종업계의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4.4%인 기업은 포스코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포스코 노조가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노동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노조측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고,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가 나서지 않았으면 본인이 나섰을 것이라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포스코 임원들이 직원들의 노고를 가로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사측이 임단협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이 지목된다.
■ 태풍예보에 골프친 회장은 주식 1812주 받고, 복구 앞당긴 직원들은 고작 7주?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공장 일대가 완전히 침수됐다. 공장은 창립 이후 50여년 만에 멈춰섰고, 전문가들은 공장을 복구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항 및 광양제철소의 직원들은 명절과 주말을 반납하며 공장 복구에 힘을 쏟았고, 4개월여 만에 공장을 정상화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노조측은 당시 상황을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포항제철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최대 근로시간도 초과해 밤낮 구분없이 복구작업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장 정상화에 대한 공은 모두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스톡그랜트 형식으로 주식 2만 7030주를 지급받았고, 이 중 최정우 회장은 1812주를 획득했다.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 예보에도 골프를 치고, 북상할 당시에도 전시회를 관람했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힌남노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보상으로 주식 2만 7030주를 챙겼던 임원들의 사례를 볼 때, 피해 복구를 위해 휴일까지 반납한 직원들이 주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측은 조합원들에 주식 100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약 7주에 해당하는 4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 A씨는 “사측이 처음에는 1:1 매칭으로 주식을 지급한다는 등 온갖 방법으로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면서, “결국엔 노조측이 요구한 주식 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협상안을 들고 왔는데, 피땀흘려 공장을 복구한 직원들에게 주는 주식이 그리 아까운지 물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노조측은 “주식지급 방식은 무상지급이며 조건으로 보유기간 설정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답했다. 사측이 400만원의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연봉 부풀리기에 이상한 계산법까지 등장했다, 귀족 경영진은 있어도 귀족 노조는 없다
포스코 노조가 파업의 마지막 절차인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예고하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귀족노조가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명분도 없고 공감도 얻기힘든 생떼같은 파업이다’, ‘파업으로 지역경제는 물론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라는 식의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포스코 철강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800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데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포스코 E직군의 10년차 평균 연봉은 약 75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봉 역시 오버타임(시간 외 근무) 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시간 외 근무에 따라 약 300만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동종업계의 평균 연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직원 B씨는 “1억이 넘는 연봉의 경우 호봉제가 적용되는 고근속 연차의 연봉과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성과금이 포함됐을 경우에 가능하다”면서,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면서 저근속 연차들은 1차 협력사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고, 이러한 점 때문에 5년차 정도의 직원들이 이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봉이 높은 또다른 이유에는 전체적인 직원 수는 부족한데 고근속 연차의 직원들이 많다는 것과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치않는 대근이나 추가근무를 해야한다는 사실도 있다”면서, “현장에서 직원들을 더 뽑아달라고 요구해도 충원되지 않아서 ‘365일 24시간 1교대 근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측이 제시한 기본임금 16만 2000원의 세부사항을 놓고도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베이스업(정기적인 연봉 인상, Base-up) 9만 2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7만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측은 “기본임금 제시안은 16만 2000원이 아니라 9만 2000원이 맞다”면서, “2021년도 이후 입사자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됐기 때문에 자연임금(호봉상승, 초기가산급 상승)에 해당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자연상승임금을 제외하면 9만 2000원이 되는 것이다.
■ 격주 주 4일제 제시한 사측, 업무 부담 늘어나고 다른 직원들 고생시킨다?
사측은 유연근무제로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하겠다고 제안했다. 주 4일제를 시행하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일의 능률이 늘어나며, 성과가 좋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원들의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 직원들은 마냥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코 직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격주 주 4일제로 본인의 업무부담이 늘어나고 동료들이 대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글의 올라와 있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유연근무제에 기반한 격주 주 4일제’는 주 40시간을 지키면서 2주간의 근무일 중 하루를 쉬는 방식으로, 8일간 9시간씩 근무하고 하루는 8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격주 주 4일제 시행을 위한 별도의 직원 채용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기존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 4일제로 쉬는 날에는 다른 직원이 빈자리를 메꿔야하고, 동일한 일을 적은 인원이 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삼모사(朝三暮四)격의 제시안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 협상 완료 전에 보도자료 만들더니 제시안 없이 협상 테이블 앉은 사측, 누구를 위한 임단협인가?
직원 A씨는 “외부에서는 사측은 성실하게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노조측이 무리한 요구안으로 파토를 내는 것 같이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노조측의 요구안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도 모자라서 베이스업 2000원 인상안을 들고오거나, 심지어는 협상안을 들고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에는 지난 9월 26일 열린 ‘제22차 단체교섭 진행상황 보고’에서 사측의 추가제시안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사측은 23차에서 베이스업 9만 2000원과 일시금으로 지역사랑 상품권 50만원 등을 추가로 제시했고, 24차에서 일시금 150만원을 추가로 제시했지만 노조측의 요구안에 한참 못 미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측은 파업을 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55년간 포스코는 노동자에게 합리적인 성과배분을 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힌남노라는 창사 최대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임원들은 직원들이 피땀흘려 고생하고 있을 때 몰래 스톡그랜트로 성과금 잔치를 벌이는 등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직원들을 기망했다”라고 답했다. 다만, 노조측은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회사와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스코측은 제21차 단체교섭을 재개하면서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금협상이 끝나기 전에 사측에서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현재는 당시 보도자료가 삭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측에 임단협과 관련된 여러 논란들에 대해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한편, 포스코측은 노조의 조정신청에 맞춰 사내 소식지 ‘공감온’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식지에는 ‘파업을 할 경우 사측의 제시안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협박조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보한 C씨는 “공감ON이 아니라 공감NO”라면서, “오히려 이런식의 소식지가 55년간 참았던 직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