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에 저성장 가속화, 금융당국 규제 영향
요양·상조 사업 등 시니어케어 서비스 진출 고려
생명보험사가 고령 맞춤형 보험에 집중한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저성장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규제로 상품 경쟁력이 높았던 단기납 종신 판매도 이달부터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여러 생보사는 치매·간병·종신보험 신상품 개발 및 출시와 요양사업 등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령층을 타겟 삼아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생존전략을 다시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생보사가 치매·간병보험을 차별화해 내놓고 있다. 먼저 대형생보사를 살펴보면 이달에는 삼성생명이 ‘삼성 고품격 인생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앞서 6월에는 교보생명이 ‘교보돌봄·간병보험(무배당)’을 내놨고, 7월 한화생명이 ‘The 걱정 없는 치매보험’을 선보였다.
삼성생명은 주보험 가입으로 진단 및 요양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규특약을 추가해 장기요양(1~5등급) 판정 시 전문간호사 자택 치료 등의 보장이 가능하며, 재가급여도 관련 특약 가입 시 보장한다.
교보생명은 1~2인을 가구를 타깃으로 한다. 입원간병인사용특약을 통해 입원 중 간병인을 두거나 입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용 일당 보장이 가능하다. 한화생명은 업계 최초로 치매 통원 특약을 포함해 1~5만원 정도의 통원비를 지급한다. 한도는 연간 30회다.
중소형사 상품 개발 및 판매 상황도 마찬가지다. 3월 미래에셋생명은 ‘헬스케어 치매간병보험’을 내놨다. 최근에는 KDB생명보험에서 ‘KDB버팀목 치매보장보험’ 출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중증 치매 생활비보장 특약’을 탑재해 특약 가입 금액을 중증 치매 환자 생활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4가지 신규특약(중증치매 산정특례제도, 각종 검사비 지원 등)으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
KDB생명보험은 치매 보험 본연 기능에 충실해 신규 담보를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총 3개의 신규 담보를 추가했다. ‘급여 치매 감별 검사’ 보장, ‘치매 질병 장해’ 보장, ‘급여 치매 정신요법 치료비’ 보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병력자와 고연령층까지 가입 폭을 확대한 다양한 종신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한화생명, 교보생명, KB라이프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신상품을 내보였다.
이는 생보사 저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탓이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5.4% 감소한 125조5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반면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4.4% 증가한 125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인구구조 한계에 직면한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인구동향’에서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치다.
이러한 인구 절벽 현상은 생보사에 더 치명적이다. 생애 전반과 관련된 종신보험과 같은 장기금융상품은 생보사의 꽃으로 불렸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장기 금융상품 수요가 감소하고,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보사 실적에 기인했던 단기납(5년납, 7년납) 종신보험 판매 중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7월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단기납 종신과 어린이보험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단기납 종신보험이 개정됐다.
영업 경쟁력이 높았던 상품이 사라지자 생보사들은 대체품 찾기에 나섰다. 대안으로 떠오른 상품이 종신보험과 암보험, 간병보험 등이다.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은 “생명보험은 고연령 계약자 비중이 높고 암보험과 간병보험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건강한 노후 생활에 관한 관심 증가와 가구 구조 변화로 질병보험과 간병보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이 점점 증가하면서 오래 살수록 질병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을 고려해 보험업계는 유병력자, 고 연령층까지 가입을 확대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시장 환경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치매·간병보험 등이 좀 더 세심하게 개발돼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령화에 맞춰 요양·상조 사업에도 진출한다. KB라이프생명은 KB손해보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 인수를 진행 중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사업 선두 주자로 거주형·재가형 노인의료 복지시설을 운영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뒤따라 신한라이프, 삼성생명, 농협생명 등도 요양사업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
상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커 새 먹거리로 꼽힌다. 상조업체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750만명을 돌파했다. 5년 만에 약 50% 늘었다. 올 1분기 선수금 규모는 8조3890억원이다. 농협생명은 농협파트너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보험계약자 및 가족에게 장례지원 서비스 상품을 특별 가격으로 이용하도록 제공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상조업 관련해 보험사가 자회사로 상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현재는 자회사로 상조 회사를 영위할 수 없음)”며 “요양 등 시니어케어를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회원사와 같이 개발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