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업체에 템퍼링 의혹 우려...K-팝은 대중문화산업 선봉장 역할
-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등 총 128개 산업기술 해외 유출
- 제조업 이외에도 K-팝 등 대중문화산업도 산업스파이 차원 감시해야
"카지노 테이블과 칩을 사용하여 재연함으로써 대중문화산업을 도박판으로 폄하하고, 정상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있는 제작자들을 '도박꾼'으로 폄훼하였습니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 대해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의 입장 중 한 구절입니다.
'그알'은 세계적인 한류열풍의 주역인 K-팝을 도박판으로 비하하고 아이돌을 카지노 칩 또는 노예 정도로 왜곡한 셈입니다. 더욱이 '그알'의 보도는 팩트체크도 안된 '거짓'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피프티 멤버들을 옹호하고 감성팔이까지 했습니다.
지난 19일 '그알'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은 6000개 이상의 비판 글이 쇄도하면서 초토화됐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그알 제작진의 편파방송 사과 및 징계'를 요구하는 수백 개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열린 23일 이후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제작진 이외 진행자 김상중 배우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개 아이돌 관련 사건은 아이돌을 옹호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프티 사태'는 '국민 대통합 여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걸그룹 멤버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피프티'가 국민 정서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갓 데뷔한 아이돌이 성공하자마자 '배은망덕'한 배신을 했다는 것.
당초 피프티는 '중소돌의 기적'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노래 '큐피드'로 앨범 발매 4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깜짝 진입한 데 이어 최고 17위를 기록하고 22주가 넘도록 상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피프티는 대형기획사가 아닌 중소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성공사례로 대중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피프티' 멤버들은 지난 6월 19일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이유로 어트랙트 측의 정산자료 제공의무와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지원 능력 부족 등을 주장했습니다.
어트랙트 측은 프로듀싱 용역을 맡았던 외주제작사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 등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습니다. 피프티를 빼돌리기 위한 범죄로 본 것입니다. 또 피프티 부모들이 한글 상표명 60개를 상표권 등록 신청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피프티 멤버들은 '배신돌' '통수돌' '할복돌' 등에 이어 최근에는 '뱃살돌'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피프티 사태에 외국의 거대 자본이 개입된 사건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외주제작사 더기버스는 피프티를 세계적 음반제작사 워너뮤직의 레이블(일종의 계열사)로 넘기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억원에 딜하려는 시도에 대한 녹취록도 있다고 합니다. 250억원의 투자 계약도 추진됐습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실제 계약을 앞두고 독소조항 때문에 결국 포기했습니다.
전홍준 대표가 워너뮤직과 계약했다면 피프티도 잃고 돈도 잃어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 됩니다. 독소조항은 피프티 분쟁시 위약금을 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 실제로 지난 6월 계약 불발 이후 피프티는 분쟁에 들어갔습니다.
대중들은 아이돌이 뜨자마자 '탬퍼링(tampering, 전속기간 중 멤버 빼가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사전 접촉)'이 정당화된다면 K-팝은 몰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국 유럽 등은 물론 중국의 거대 자본이 K-팝 아이돌을 템퍼링으로 빼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K-팝은 대중문화산업입니다. K-팝 산업의 핵심은 어렵고 힘들게 키운 '아이돌 그룹' 입니다. 탬퍼링이 발생하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셈입니다.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의 경우도 지금까지 직간접 투자비로 8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탬퍼링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잠시의 기적은 이제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탬퍼링' 문제는 일반 제조기업의 기술유출과도 닮아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한순간에 경쟁사 품에 들어단다면 어떻겠습니까? 오랜 기간 육성한 아이돌 그룹을 누군가 외부세력이 빼간다면 어떨까요?
또 산업스파이가 중국 등 외국에 기술 유출을 한다면 국가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 정부는 산업스파이 방지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탬퍼링도 문화산업 보호 차원에서 다뤄야 합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받은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8개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됐습니다.
분야별로 세분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정보통신 조선 등 국가주력산업의 비중이 79.6%였습니다. ▲반도체(31건)가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9건) ▲전기전자(14건) ▲자동차(11건) ▲정보통신(9건) ▲조선(8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적발 기술 중 국가핵심기술은 총 39건으로 전체 유출 기술의 30.4%를 차지했습니다. 피해 금액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적발 사건을 고려하면 경제적 피해는 훨씬 클 것 입니다.
'피프티 사태'는 단순히 걸그룹의 분쟁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 위상을 높인 K-팝 산업이 산업스파이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입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수출액은 2억3311만3000달러(한화 2895억여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공연 등 여러 수익은 훨씬 더 많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 수많은 아이돌그룹이 제작사와 함께 이룬 노력의 성과입니다.
이제 정부는 산업스파이의 범주는 제조업 이외에도 대중문화산업으로도 확대해 살펴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여러 제조 산업과 함께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산업이 세계 속에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K-팝은 도박판이 아니라 한류를 세계 곳곳에 전하는 대한민국 문화 선봉장입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