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설비 관계자들, “대형 에어컨에는 동 배관 쓴다”…”안전하다는 알루미늄 안 쓰니 의문”
삼성·LG, “알루미늄 배관도 문제 없다” 입장 유지
에어컨의 주요 배관의 소재가 동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뀐 것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사의 입장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제조사는 “안정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알루미늄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작 중대형 설비에서는 안전하다던 알루미늄이 아닌 동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에어컨과 공조설비업을 전문으로 하는 A씨는 “중앙냉방 장치나 중대형에어컨 A/S를 다녀보면 동 배관을 사용했더라”며 “제조사들이 주장하는 만큼 알루미늄 배관이 튼튼하다면 대형 설비에서 굳이 동을 쓰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에어컨 설치업을 한 B사의 관계자도 본지에 “큰 건물에 들어가는 대형에어컨이나 시스템에어컨에는 동배관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규모가 큰 중대형에어컨에만 동배관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A씨는 “요즘 많이 나오는 인버터에어컨 제품은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는데, 친환경 냉매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강해 동배관 사용이 더 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에어컨의 배관에 강한 압력을 가해진다는 의견은 많다. 25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가진 미국의 가전 보수 전문 업체 홈얼라이언스도 “보통 115에서 400PSI 정도의 압력이 가동 중에 가해진다”라고 말했다. 수돗물의 수압은 45에서 80PSI 정도로, 에어컨 배관에는 수돗물에 비해 최대 5배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셈이다.
A씨는 이어 “에어컨은 가동 중일 때에는 배관에 열이 가해지고 에어컨이 멈추면 배관이 식는다. 이렇게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면 배관의 ‘피로도’가 올라간다”며 “결국 약한 부분에서 파손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윤정인 부경대학교 냉동공조공학전공 교수도 본지에 “알루미늄은 동에 비해서 내구성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규모가 작은 가정용 에어컨은 거의 모두 알루미늄 배관으로 교체된지 오래다. 10여 년째 에어컨 A/S업에 종사하는 B씨는 본지에 “실외기 배관 뿐만 아니라 에어컨 내부의 에바(열교환기)의 소재가 동에서 알루미늄으로 변경된 것이 2012년 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알루미늄으로 바뀐 이후 에어컨 수명이 줄고 고장이 잦아졌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에어컨 관련 상담은 5월에는 318건에서 6월에는 638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 중 대다수가 ‘누수 및 설치 하자 관련 문의’였다.
내구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 배관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한 이유는 역시 원가절감이다. B씨는 “동은 알루미늄에 비해 많이 비싸다”라고 말했다.
파동(설비에서 철거한 뒤 나오는 조각 상태의 동)을 거래하는 C씨는 “3~4년 전에는 단가가 1800원 선이었는데 이제는 4000원 정도로 두 배 이상 올랐다”라고 말했다.
런던비철금속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는 1톤 당 1600달러 전후이던 구리(동의 주요 소재)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어제(20일) 기준 8543달러로 5배 이상 올랐다.
2년 단위로 이사를 다닌다면 굳이 비싼 동관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에어컨 수리기사도 “이사 과정에서 기존 관을 뜯어내고 새로 설치해야 하므로 본인이 판단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가전기기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오히려 알루미늄 배관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 에어컨 구매를 알아본 한 소비자는 “어차피 신기술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고장이 안 났어도 가전제품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몇 년 쓸 용도라면 저렴한 소재로 비용을 아끼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알루미늄은 부식되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알루미늄을 사용해도 성능은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