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시점 기준 최신 모델이어도 아파트가 다 지어진 3년 뒤면 구형 모델 되는 점도 불리해
신규 아파트에 주로 설치하는 시스템 에어컨이지만 신규 분양 때 옵션으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설치 비용은 물론 모델 사양에서도 불리하다는 평가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분양 옵션을 선택하게 되면 손해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견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설치 사업을 하는 A씨는 본지에 “분양 때 옵션으로 선택하면 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도 일해봤지만, 시공하는 작업자가 받는 돈은 똑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 옵션이 비싼 이유는 수수료를 받는 주체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시스템 에어컨 네 대 기준으로 후시공은 500만원, 옵션으로는 7~80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청약이 끝난 ‘운정자이 시그니처’의 경우 분양 옵션으로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면 721만원을 내야 한다. 전용 84m2의 면적에 거실에 한 대, 세 개의 침실에 하나씩 설치했을 때다. 마찬가지로 공급 30평형대에 같은 갯수의 시스템 에어컨 후시공을 의뢰한 B씨는 470만 원을 썼다고 견적서를 공개했다. 공급 30평형대에 거주하는 C씨도 거실에 18평형 한 대, 6평형 세 대, 총 네 대를 후시공으로 설치해 480만원을 지불했다.
지금 분양옵션으로 계약하면, 입주 시점에는 이미 구형 모델이 된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A씨는 “만약 2023년에 계약을 한다면, 계약 당시에는 최신 제품이었다 해도 보통 아파트 짓는데 3년이 걸리고, 2026년이면 구형 모델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2026년에 신형 모델을 준비해서 설치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다수의 물량을 미리 확보해놓기 위해 건설사와 이렇게 협의한다”며 “한 번에 대량을 주문하면 할인 받는 것도 이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후시공이 더 저렴하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D사의 관계자는 본지에 “후시공을 한다면 이미 완성되어 있는 천장 구조물을 떼어내야 한다”며 “설치를 끝내고 마감을 대충 하면 저렴해지겠지만, 도배 등 마감을 깔끔하게 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A씨는 “아파트를 짓는 도중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한다면 천장이 뚫려 있는 상황이니 더 쉬운 것은 맞다”면서도 “도배사 아주머니께 15만 원 인건비만 드리면 되기 때문에 단가가 많이 올라가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A/S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쓴 E씨는 “분양옵션으로 선택하면 에어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공사, 본사, A/S업체 순으로 연락이 닿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느리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규모 협력업체들이 후시공을 주로 하는데, 작은 업체들은 금방 없어지기도 해서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옵션을 추가하면서 아파트 구매에 지불하는 금액이 6억원을 넘어선다면 세금을 더 내야할 수도 있다. 지방세법에 의하면 과세대상 물건의 취득 이전에 지급한 모든 비용이 ‘취득 금액’이 된다. 만약 옵션 때문에 6억원 이상을 지출한다면 과세 구간이 바뀌어 1%가 아닌 3%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후시공으로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입주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타공 작업 등 먼지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짐이 없을 때 설치해야 청소가 쉽다는 것이 에어컨 설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