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도움 되지만, 완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 어려워...회사 수익성 완화에 기여”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선단 공정 수율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체 모바일 AP칩 엑시노스 시리즈의 갤럭시폰 재진입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24 시리즈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4일 국내 대기업에서 IT 디바이스 개발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파운드리 수율부터 AP칩 개선으로 이어지는 제품 선순환 구도는 현재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볼 수 있다”라며, “파운드리에서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존 선단 공정의 수율 안정화가 필수이며, 스마트폰에서는 자체 AP칩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원가절감의 키포인트로 지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체 AP칩으로 원가절감에 성공한다 해서 곧바로 완제품의 가격까지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자체 AP칩을 플래그십폰에 탑재하면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시중에 나오는 완제품의 출고가에 직관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보다는 회사 차원에서 수익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으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개발·생산 체제를 갖췄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모바일 AP칩을 직접 생산한다는 건 원가절감 부분에 있어서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최근 AP칩 가격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AP 가격은 전년 대비 약 77% 상승했으며, 삼성이 DX부문에서 한 해 동안 퀄컴·미디어텍 등으로부터 AP를 매입하는 데 들어간 금액만 9조 3000억원이 넘는다.
그간 삼성은 내부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병행 채택해왔다. 그러다 엑시노스에 발열이나 성능 저하 등 품질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올 초 출시한 갤럭시S23에는 퀄컴 제품을 전면 도입했다.
자사의 제품을 뒤로 한채 비싼 돈을 주고 외제품을 들여야 했던 삼성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정이었다. 사실상 원가절감에 실패했다.
AP칩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수율 개선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그간 선단 공정에서 수율 저조 논란이 일었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엑시노스의 품질 문제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차기작 ‘엑시노스 2400’이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인 가운데, 제품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판단될 시 내년 출시할 갤럭시S24 시리즈에 재탑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이달 초 리포트를 통해 “2분기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4나노 수율은 75%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또 3나노 1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이후 내년부터 2세대 공정 양산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3나노 핀펫 공정을 준비 중인 TSMC와의 기술격차가 크게 해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엑시노스의 재진입이 성사되더라도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제품과 병행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S23 이전 모델에서도 줄곧 삼성은 판매 지역별로 두 AP칩을 병행해서 쓰는 전략을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X(모바일경험)부문은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거래선으로, 당사는 갤럭시 시리즈의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사업 전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래그십 재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