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신종자본증권 ‘AA/안정적’
“상위등급 신종자본증권 수요 높아”
코리안리가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오는 8일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중순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이후 보험사에서 처음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이를 계기로 꽉 막힌 보험사 자본조달 수로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 콜옵션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여전히 멈춰있는 상태다.
그 이후 코리안리가 보험사 중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만기는 30년, 콜옵션 5년을 부여한다. 회사가 내건 희망 금리는 연 4.5%에서 5.5%다. 오는 8일 수요예측 기간을 거쳐 16일 청약에 나선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흥행 여부에 따라 발행액은 최대 25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지난 10월 회사는 수요 미달로 3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2500억원 축소한 한 바 있다.
투자 매력은 높은 편이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이달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신종자본증권 평가에서 ‘A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국내 재보험시장 점유율, 우수한 수익성, IFRS17(새 회계기준)에 따른 공동재보험 수요 증가 등이다.
회사는 유일한 국내 재보험사로 안정적인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다. 1997년 완전경쟁체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재보험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독점구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누적 수재보험료는 7.0조원으로 재보험시장의 78.1%를 차지한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도 갖추고 있다. 손실 변동성이 큰 일반보험보다 특정 보장만 계약하는 특약재보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손해율 관리를 병행하면서 지난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거두기도 했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442억원이다.
IFRS17 전환 시 공동재보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FRS17 도입으로 공동재보험 수요가 느는 추세다. IFRS17 전환 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공동재보험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1월 신한라이프, 11월 삼성생명과 각각 23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준비금에 대한 공동재보험을 체결한 바 있다.
자본적정성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까지 RBC(지급여력) 비율은 183%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웃돈다. 또 외부 조달이 낮은 사업구조로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 김한울 선임연구원은 “원보험사들의 인수위험 분산 및 K-ICS 등에 대비하기 위한 재보험 출재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내재보험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회사 사업구조 상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므로 규제강화에도 불구하고 요구자본 증가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최근 신종자본증권 수요가 회복되면서 전망이 밝다. 지난달 15일 코리안리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대구은행은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의 두 배를 넘는 2480억원을 모집했다.
NH투자증권 최성종 연구원은 ”상위등급 신종자본증권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며 ”발행사의 최상위 신용등급, 제한적인 이벤트 발생 가능성, 높은 금리 매력이 존재한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상위등급은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투자 수요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